■ 블루래빗(Blue Rabbit)이 들려주는 첫번째 속삭임
드 러머 '박주현'과 베이시스트 '도파민(Dopamine)'으로 이루어진 블루래빗(Blue Rabbit)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스트레스 제로의 이지-리스닝 일렉트로닉을 제시한다. 이들은 밴드에서 음악을 시작하여 탄탄한 연주실력을 갖춘 덕에 다른 일렉트로닉 음악들과는 달리 베이스와 드럼을 모두 실제로 연주하였으며, 보컬 참여도 또한 높다. 미디작업은 음악을 포장하는 수단일 뿐, 음악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들의 철학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번 첫 디지털 싱글은 5배수가 넘는 그들의 레코딩들 중에서 12곡을 선정하고, 그 속에서 다시 6곡을 추려낸 음악들로 일렉트로닉과 밴드 음악의 만남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준다.
블 루래빗은 밴드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기타와 드럼으로 우상들의 음악을 카피하기 시작한 그들은 '페페인'이란 밴드를 거쳐 지금의 2인조 유닛으로 편성된 블루래빗에 이르게 되었다. 앰프에 라인을 꼽고 합주를 시작했던 그들은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작법과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팀 결성3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 음반도 아닌 싱글을 발표하게 된것은 그들의 음악에 대한 도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한 곡 한 곡의 완성'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블루래빗만의 음악 탄생이란 종착역을 향해 수 많은 정거장을 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껏 만들어 놓은 음악들에 계속적으로 수정을 가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추가 하는 방법은, 새로운 작법을 발견하게 하였고 그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되었다.
■ 밴드의 향기가 숨쉬는 음악 "Club 96"
그 들의 음악적 특징에서 '밴드'라는 단어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수식어이다. 전자 음악의 기계적인 사운드 패러다임 속에 그들은 과거에 느끼고 배워온 여러 가지 습관들, 영향들을 가감없이 나열하고 있다. 블루래빗의 드러머인 '박주현'은 모든 드럼시퀀싱을 일렉 드럼으로 직접 연주하였다. 그리고 'Alcohol'이라는 곡에서 보여지듯 보통의 일렉트로닉 음악에서는 듣기 힘든 드럼 솔로파트를 적극적으로 삽입함으로써 맴버가 지닌 장점과 밴드 음악에 대한 자신의 옷에 배인 짙은 향기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든 음악에 밴드적인 성격을 표면화 시키진 않았다. 모니터링 결과 가장 수작으로 꼽히는 'club 96'는 자신들에게 익숙한 겉옷을 벗고 싶다는 듯 전자 음악의 습성들만으로 블루래빗을 표현하고 있다. 적극적인 보컬 샘플링과 드럼 슬라이스, 그리고 반복적이면서 약간은 거칠게 다가오는 멜로디는 당장이라도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푸른 빛을 온몸에 품는' 느낌이다. 그리고 최근 씬에서 가장 'Hot sound'로 사랑받고 있는 '신스팝'의 적극적 차용도 눈에 띈다. 음반에서 유일한 투스텝곡인 'Blue Citizen'은 보컬 '이주영'의 매력을 가장 극대화한 트랙으로 마이너 코드 안에서 계속적으로 looping되는 피아노 솔로와 보컬의 조화가 돋보인다. 그밖에 라틴의 리듬이 숨쉬는 'Sadness Dancing', 팝하우스의 경향을 보여주는 'Empty Love' 또한 놓칠 수 없는 트랙으로 대중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앞 서도 얘기했듯 블루래빗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싱글로 그들의 음악이 '이것이 전부겠지'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건 적절치 못하다. 지금까지의 발걸음을 시험하고 두드리며 걸어온 좁지만 신중한 보폭은 조금씩 넓어질 다음 걸음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마지막 종착역에 도달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의 순수한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기에, 꼭 블루래빗이란 이름으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멋진 발걸음을 내딛게 되리라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