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가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꽃미남 삼형제 [Jonas Brothers]
바야흐로 10대 가수들의 전성기다. 밀레니엄을 전후로 하여 10대를 겨냥한 수많은 가수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며 그 한계를 드러낸 후, 2006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터진 10대 가수들의 등장은 예전처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그들의 생명력이 제법 길 것임을 아티스트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예전처럼 맥스 마틴 류의 달달한 틴 팝을 들고 나와 ‘나 좀 사줘요’라며 외치는 가수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티스트 본인의 의지이건 마케팅 전략이건 독특한 자신만의 음악으로 승부를 거는 10대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열풍의 중심에 3인조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가 있음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케빈(Kevin), 조(Joe) 그리고 닉(Nick) 삼형제로 구성되어 있는 조나스 브라더스는 일찍이 미소년 보컬리스트로 명성을 떨쳤던 닉의 레코딩 계약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겨우 7살 때부터 브로드웨이의 굵직굵직한 배역을 맡으며 승승장구 하던 그는 10살이 되던 2002년 [미녀와 야수] 공연 중 직접 작곡한 ‘Joy To The World (A Christmas Prayer)’를 동료들과 함께 녹음하여 발표한다. 이 노래 덕에 [콜럼비아 레코드]와 계약에 성공한 닉은 어렵사리 솔로 앨범을 발표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낳게 된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 닉의 솔로 앨범 수록 곡들을 같이 작곡하고 부른 형제들을 레코드사 중역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고, 결국 2006년 조나스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데뷔 앨범 [It’s About Time]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켈리 클락슨, 백스트리트 보이즈 등의 톱 스타들의 투어에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던 그들이지만 소속사의 강요에 의한 커버 곡과 평범한 노래들로 채워진 앨범은 별다른 반응 없이 5만 장이라는 실망스러운 판매고를 기록한 채 사장되었고 그들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았던 레코드사는 그들을 방출하게 된다(아이러닉 하게도 [It’s About Time] 앨범은 현재 하늘높이 치솟은 그들의 인기에 힘입어 이베이(Ebay)를 비롯한 경매 사이트에서 수백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렇지만 조나스 브라더스의 인기와 가능성을 [디즈니 채널]을 통해 감지하고 있던 [헐리우드 레코드]가 바로 그들과의 계약에 성공하고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앨범이 바로 그들에게는 데뷔 앨범이나 다름 없는 [Jonas Brothers] 앨범이다.
북미에서는 2007년 8월에 발매된 앨범은 소속사의 활발한 프로모션과 그 사이에 쌓인 삼형제의 인기에 힘입어 [빌보드] 앨범 차트 5위로 데뷔하는 성공을 거두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130만장이 넘는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들은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에서 플래티넘 레코드를 기록하는 등 조나스 브라더스의 열기를 점점 넓히고 있고, 역시 지각 발매된 영국에서도 데뷔 첫 주에 탑 10에 들며 유럽에서의 인지도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지난 10대 가수들이 그러했듯 조나스 브라더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단순히 그들의 외모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은 삼형제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음악적인 소양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단 단순히 크레디트에 이름만 슬쩍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작사와 작곡의 중추적인 역할을 조나스 브라더스가 직접 수행하고 있고, 기타에서 피아노, 드럼에 이르기까지 수준급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으며 안정적인 라이브 액트를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 역시 그들을 기존의 ‘보이 밴드’들과 분명히 구분 짓는 큰 이유가 되어준다.
그러나 그들이 여타 10대 가수들과 다르다는 것은 [Jonas Brothers] 앨범의 포문을 여는 ‘S.O.S.’만 들으면 금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닉이 혼자서 작곡한 이 곡은 단순한 기타 리프에서 시작해서 순식간에 감도 높은 그루브로 진입하는 멜로디 라인이 단연 귀를 끄는 트랙이다. 2007년 여름 [빌보드] 싱글 차트 17위에 오르며 조너스 브라더스의 첫 톱 20 싱글이라는 큰 의미를 선사한 곡이기도 하지만, 10대들의 지지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라디오 디즈니 톱 30]에서 무려 6달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대기록을 수성할 정도로 그들의 이름을 대중 음악계에 확실히 인식시킨 싱글이기도 하다. 또한 첫 싱글로 조너스 브라더스의 화려한 컴백을 알렸던 ‘Hold On’은 틴 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기엔 록 음악을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표현해내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트랙이다. 게다가 어려울 때일수록 스스로를 다잡고 힘을 내라는 고무적인 가사는 이들이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10대들만을 위한 음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독특한 리듬이 곡 전체를 지배하는 ‘Goodnight And Goodbye’와 펑크 사운드가 신나는 ‘That’s Just The Way We Roll’는 강한 록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몸을 흔들고 싶은 댄서블한 멜로디가 일품인 넘버들이다. 그리고 국내 취향의 발라드 곡이라고 할 수 있는 ‘Hello Beautiful’은 전체적으로 어쿠스틱한 편곡에 맞춰 보컬에 힘을 실어주는 프로덕션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곡으로 마음을 강하게 울리며 긴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Australia’가 지극히 10대의 감수성으로 쓰여진 가사가 재미있는 곡이라면, ‘Games’는 매끈하게 잘 빠진 멜로디와는 별개로 스카를 접목시킴으로써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When You Look Me In The Eyes’는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손꼽을만한 곡으로 감성적인 멜로디와 닉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놀라운 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그들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감수성과 표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당신이 내 눈을 바라보면 천국에 닿은 것 같다’는 가사로 노래하는 그들에게 홀딱 빠지지 않을 소녀들(과 누나들)은 별로 많지 않을 듯. 그런가 하면 방심하지 말라는 듯 바로 강한 일렉 기타 사운드로 몰아붙이는 ‘Inseparable’과 ‘Just Friends’는 록 밴드로서의 조나스 브라더스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강추 트랙이라고 할 수 있고, 데뷔 앨범을 발표하면서 겪었을 어려움과 상처를 당차게 극복해내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Hollywood’는 이들이 스스로를 단순한 아이돌로 만든 채 인생을 마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한편 버스티드(Busted)의 2003년 히트 곡을 조나스 브라더스 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Year 3000’를 이번 앨범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버스티드의 펑크 사운드를 깔끔하게 재정비하여 그들의 사운드로 녹여낸 이 곡은 조나스 브라더스가 얼마나 일관적인 시선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바라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그런가 하면 영화 [로빈슨 가족(Meet The Robinsons)]를 위해 킴 와일드(Kim Wilde)의 1981년 히트 싱글 ‘Kids In America’를 환골탈태 시킨 ‘Kids Of The Future’는 훨씬 더 경쾌하고 재미있어진 편곡과 활기찬 보컬로 조나스 브라더스야말로 ‘미래의 아이들’이 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한편 늦게 찾아오는 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Take A Breath’와 ‘We Got The Party’라는 두 곡의 보너스 트랙이 함께 담겨있는데, 두 곡 모두 조나스 브라더스에 대한 매력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지만 특히 후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식으로 공개된 적이 없는 [Hannah Montana 2] 사운드트랙에 담긴 곡으로 조나스 브라더스와 더불어 미국 10대들의 양대 우상으로 손꼽히는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시원한 보컬까지 함께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3집 앨범 [A Little Bit Longer]의 발매를 앞두고 있는 조나스 브라더스는 이미 미국 내에서는 엄청난 팬들을 몰고 다니는 거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들의 음악적인 가능성 뿐 아니라 스타성과 상품성까지 모두 알아본 소속사 덕분에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능가하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캠프 록(Camp Rock)]에서 연기와 노래를 고루 인정 받으며 스타의 자리를 굳히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조나스 브라더스: 리빙 더 드림(Jonas Brothers: Living The Dream)]이나 [J.O.N.A.S!]와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꾸준한 투어를 통해 갈고 닦은 보컬과 연주를 계속 해서 선보이고 있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든 본업이 음악임은 뚜렷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오늘의 스타가 내일은 사라지고 마는 슬픈 현실이 종종 목도 되는 쇼 비즈니스에서 조나스 브라더스의 장수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뛰어난 보컬, 연주에 작곡 실력을 갖추었고 자신들의 음악적인 방향을 분명히 한 채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조나스 브라더스이기에 그들이 10대 그룹이라는 꼬리표를 떼버린 채 음악으로만 도약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쉽지 않은가!
글: 장민경(프리랜서)
자료제공: 유니버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