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의사나 심리치료사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나서지만, 매번 병원으로 달려갈 수는 없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그 중에도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은 대단하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나를 위로하고, 때론 진지한 톤으로 내게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것. 5년 만에 새 앨범
을 낸 서엘(본명 서동우)은, 의학공부를 접고 음악공부를 하게 된 뮤지션답게,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음악을 내놓았다.2003년, 1집 앨범 ‘2Yrs For The New Day’로 데뷔한 서엘은 스물 셋의 싱어송 라이터로 신승훈, 김동률을 잇는 재능 있는 발라드 가수로 기대를 모았었다. 중학교 때 홀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부모님의 기대를 져 버리고 의대 진학의 길을 포기했으며 결국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며 1집 앨범을 냈던 그. 여기저기 발로 뛰며 자신의 앨범을 홍보했던 당찬 그였으나, 한국에서 가수로 살아남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순수한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많았기에 ‘슬픈 다짐’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서엘은 인생의 첫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첫 번째 앨범에 실패하고 집에 있던 어느 날, 피곤에 지쳐 퇴근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이 곡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내 아버지’는 만든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수정한 적이 없다며 그날의 장면을 떠올리는 모습에서 5년 전, 해맑은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연하고 부드러운 가지일수록 모진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것처럼, 그의 부드럽고 순수한 마음이 고된 5년의 세월 속에서도 재기할 용기를 준 원동력이 되었던 게 아닐까.“아버지는 제게 사랑입니다.” 새 앨범의 타이틀곡을 굳이 아버지에 관한 노래로 한 이유를 묻자, 그는 아버지의 의미를 사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마치 인간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빛처럼 양팔을 벌려 커다랗게 베푸는 그런 사랑이란다. 아버지의 빛과 같은 사랑 안에서 그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견뎌냈을까. 곡의 전반부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 후반부로 가면서 울려 퍼지는 그의 따뜻한 음성이 말해준다. 슬픔과 그로 인한 눈물이 힘이 되고 희망이 되었다고. 실제로 아버지의 일생을 통해 삶을 배운 그는 한편으론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며 종교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가수이다. 하나님의 능력을 뜻하는 ‘엘(El)’을 예명으로 삼아 그분께 쓰임 받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듯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은 그의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면, 사실상 매우 보편적인 우리의 소망이라는 걸 알게 된다. 뒤늦게 깨달은 그 사랑 안에서 꿈을 꿀 수 있다면.. 그의 은밀한 속삭임이 꿈을 꾸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공감과 치유의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이번 앨범에는 이기찬의 8집 타이틀을 비롯해 윤종신, 신승훈, 이수영 등 인기가수들의 트랙에 참여했던 프로듀서 POSTINO(이준호)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실험적인 사운드로 많은 히트곡을 냈던 그도 ‘내 아버지’에 깊은 공감을 얻어 런던에서의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서엘은 가수로서의 활동을 쉬던 시기에 여러 가수들의 앨범 작업에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참여해왔으며, 앞으로 출시 예정인 빅마마의 새 앨범에도 참여한 바 있다. [자료제공: 파스텔뮤직 / 글: 이계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