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 비트를 제작하면서 세계를 대상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DJ 히무키(Himuki)의 2007년 화제작이 바로 본 작이다. 걸작 [Liberalism] 이후 팬들의 수 많은 기대를 끌어 안은 채 발매한 본 앨범은 보다 많은 청취자들이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캐치한 곡들로 엄선되었으며, 최상의 퀄리티로 응축된 재즈 샘플들 또한 무차별 배치되어 있다. 사-라(Sa-Ra)를 연상시키는 트렌디한 브로큰 비트부터 디트로이트의 모터 사운드, 변칙적인 재즈힙합과 메인스트림 특유의 느낌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히무키의 독자적인 관점으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앨범을 위한 트랙은 모두 30곡이었는데 그 중 13곡을 추린 것이 바로 [My Book]이라고 한다.
어느 일본 리스너는 히무키의 본 작을 유일무이한 월드클래스 레벨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다양한 매체에서 2007년을 대표하는 힙합 클래식으로 각광 받았던 [My Book]은 굵은 재즈 드럼 루프와 감성적인 어레인지를 바탕으로 현시대를 반영한 분위기들을 주조하곤 하는데 이것들은 달콤하면서도 또한 날카롭다.
액친(Acchin)과의 스크래치 배틀이 돋보이는 인트로 트랙 [Levitation]으로 시작하는 본 작은 [Get Down]의 12인치 싱글의 비사이드에 수록된 [Hold On]의 오리지널 트랙으로 이어진다. 10번 트랙에서는 히무키 자신이 새롭게 만든 [Hold On]의 리믹스 작업물 또한 감상할 수 있는데 참고로 이 리믹스 트랙은 매스파이크(Maspyke)의 타블릭(Tableek)이 참여한 싱글 [Ordinary Fellow]의 비사이드 트랙이기도 했다. 두 버전의 멜로디는 각각 다르지만 확실히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서정미를 미묘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라이센스와 다이나믹 듀오의 [지구본 뮤직]에 피쳐링하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재미교포 아티스트인 케로 원(Kero One)은 [Innervision]에 참여하고 있다. 살랑대는 소스와 묵직한 비트가 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본 트랙은 [Get Down]의 싱글 비사이드로 공개되기도 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걸작 앨범제목에서 따왔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만큼 빈티지하고 영적인 모양새를 바닥에 깔고 있는 곡이다. 인트로 트랙과 마찬가지로 3인의 스크래치 배틀이 펼쳐지는 [KH Anthem]에는 켄조(Kenzo)와 테츠(Tsu)가 히무키의 비트 위에서 진검 승부를 펼친다.
히무키의 전작에서 [Raw Deal]이라는 히트 싱글을 함께 만들었던 발(Val) 또한 본 작에서 다시 한번 콜라보레이션을 펼친다. 바로 [Lyrical soldier]라는 트랙인데, 확실히 클럽에 어울리는 감각적으로 컷팅된 신스음이 긴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음반에서 가장 훵키한 인스트루멘탈 트랙 [Good Days]을 지나면 앨범 발매 이전 싱글로 제작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Get Down]에 도달한다. DJ 통크(DJ Tonk)와 노맥(Nomak)과의 작업을 비롯해 나인스 크리에이션(9th Creation)의 걸작 [Bubble Gum]의 리믹스 트랙으로 널리 알려진 피스모(Pismo)가 피쳐링한 본 곡은 유독 비슷한-혹은 같은-제목의 힙합 튠들이 많이 있어왔는데, 역시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Get Down] 만큼이나 딥한 그루브를 제공하면서 널리 사랑받았다.
앨범 발매 이전에 500장 한정으로 제작됐던 싱글 [Alright]에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크라운 시티 락커즈(Crown City Rockers)의 MC인 라샨 아마드(Raashan Ahmad)가 참여하고 있다. 올 초에 발매된 라샨 아마드의 솔로앨범 역시 훌륭했는데, 심플한 비트위로 넘실대는 그의 플로우는 확실히 랩에 집중하게끔 유도한다. 반면 DJ 통크의 리믹스 버전은 심플한 원곡 보다는 좀 더 그루브하고 기타를 비롯한 다양한 소스들을 버무리면서 재즈힙합 리스너들의 입맛에 맞게끔 편곡해냈다.
싱글로만 공개된 [Ordinary Fellow]의 비사이드에 수록된 묘한 공간감을 가진 인스트루멘탈 트랙 [Tropical Forests]을 지나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의 터줏대감 라스코(Rasco)가 참여한 트랙 [Keep On]이 이어진다. 먹통힙합-혹은 하드코어 힙합-을 연상케하는 무거운 비트와 라스코 특유의 중저음 보이스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본 트랙은 골든-에라 힙합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화려한 네온 사인으로 가득한 도시를 배회하는 듯 현기증 나게 흩날리는 [Good Night]를 끝으로 히무키가 주조해낸 힙합의 대여정이 마무리된다.
확실히 전세계 어디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음반이라 하겠다. 전작들 보다는 다양한 시도가 엿보이며, 콜라보레이션 작업에 중점을 두면서 자신이 가진 여백에 다른 사람들의 요소를 성공적으로 채워넣었다.
히무키는 [My Book]을 릴리즈하는 기념으로 [S.O.U.]라는 믹스 CD를 500장 한정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주로 90년대의 언더그라운드/골든에라/재즈 힙합 튠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의 플레이리스트에 관심있는 분들은 구해서 들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참고로 믹스 CD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자신의 곡 [GPK]와 같은 트랙은 앨범에 수록된 곡이 아니라 그의 12인치 비사이드에만 들어있던 트랙이기도 하다. 2007년에는 모던 샤프(Modern Sharp)와 함께 [A Touch of Black]이라는 타이틀의 스플릿 믹스 CD를 500장 한정으로 발매한 바 있었는데 '올해의 재즈 힙합'이라는 주제로 담긴 믹스셋은 한국의 애호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운드 프로바이더스(Sound Providers)나 골든-에라/ 재즈 힙합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요소들 또한 혼재되어 있다. 유독 트랙에는 'Good'으로 시작되는 곡들이 눈에 띄는데 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Good Music' 정도가 될 것 같다. 비유가 유치하게 들릴지언정 얼추 이 의견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