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된 소년,
순수를 찾아 거꾸로 간다!
데뷔곡 '눈 오던 날'로 2003년 음악계의 주목할 만한 신인이 되어 버렸던 재주소년은 2005, 2006년 연달아 2집과 3집 앨범을 내놓으며 특유의 감수성과 음악적인 꾸준함을 인정받았다. ‘귤’, ‘이분단 셋째줄’, ‘팅커벨’ 등의 노래에서는 소년감성과 대중코드의 만남을 보여 주었는가 하면, ‘새로운 세계’, ‘명륜동’ 등의 노래를 통해서는 깊이 있는 내러티브를 전달해 주었다.
2006년 8월, 3집 앨범을 내놓은 후 두 소년은 각각 군에 입대했었고 2008년 6월과 9월 각각 전역을 명받았다. 그리고 그 후 최근까지 약 2년 6개월간 떨어져 지내면서 만든 새로운 음악들을 서로에게 들려주었고 그 결과 부지런히 4집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새로운 곡들로 가득 찬 새 앨범을 만들어 내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소품집 같은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이다. 4집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어쩌면 여전할 수도, 변했을 수도 있는 그들 자신의 모습을 이 작은 앨범을 통해 살짝 내비쳐주고 있는 것이다.
수록곡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침을 기다리며’,‘send’ 등의 연주곡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페어리 왈츠’, ‘여름밤’, ‘선원 21호실’ 등을 통해 이미 우리로 하여금 먼 바다 어딘가를 항해 하도록 도와준 적 있는 그들의 기타소리는 여전하면서도 안정감이 더해진 주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첫 song트랙 인 ‘두 번째 룰’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누군가와의 감격스런 재회를 눈 내리는 겨울밤의 풍경처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꿈속에서 들었던 멜로디’가 ‘오늘밤 만들어져’ 귓가에 울려 퍼지는 순간은 옛 연인을 만난 순간만큼이나 가슴 뭉클하다.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재주소년을 잊지 않고 마음으로 함께 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두 번째 rule의 조용한 발령으로 이들의 음악 역시 두 번째 시대를 연다.
앨범의 싱글트랙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 은희경 ’의 동명소설 제목을 따온 것이다. 먼 곳의 여인을 떠올리며 치열했던 지난날을 회상하고 관조한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노래에 드러난다. 소박한 편곡을 지향했지만 작법과 화성면에서는 ‘작가주의’적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여성 뮤지션 ‘ 허민 ’이 건반과 코러스로 참여해 주어 색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은 음악가의 삶을 반영한다. 이제껏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음악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주었던 재주소년은 이제 청년기에 접어든 음악인으로서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절차를 밟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세상이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보내온다 할지라도 이들은 오히려 순수를 찾아 거꾸로 간다. 급변하는 음악계의 추세를 느림과 여백으로 역행 할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과감함이 이 소년들에게는 아직 존재하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