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은 그 어느 해 보다 베테랑 락 밴드들의 귀환이 반가웠던 한해였다. 약속이나 한 듯이 락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대형 밴드들이 신곡이 수록된 새로운 음반을 발매했고, 팬들은 이들의 재림을 마음으로 환호하며 신보들을 앨범차트의 꼭지점에 올려놓는 것으로 밴드에 대한 갈망을 표시했다. 이는 비단 밴드 자체에 대한 갈망이라기보다는 이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에 대한 갈구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해져만 가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자신의 뿌리로 회귀하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이 내재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운인어홀이 국내 락 시장에서 가지는 위치는 무척이나 소중하다. 2003년 데뷔앨범을 발표한 이후 2006년 공개한 EP를 통해 본격 아메리칸 락을 표명하며 앞서 이야기했던 뿌리에 대한 천착을 확고한 의지로 이어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원초적 사운드를 추구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곰팡이 냄새 풍기는 과거의 유산에만 집착해 청자들의 추억이나 싸구려 감성에만 호소하는 음악이 아니라, 현재라는 시제를 교차시켜 스스로의 스타일을 구축한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이들의 음악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흐르는 듯한 크린톤의 보컬과 강력한 익스트림 보컬의 자연스러운 교차와 병차 진행이다. 그 익스트림 보컬에는 초기 다운인어홀 시절이나 그 이전 서준희가 소속된 밴드에서 구사했던 예각으로 꽂히는 직선적 날카로움이 아니라, 오래 써서 손에 익을 정도로 알맞게 다듬어진 넉넉한 여유로움이 있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곡에 원근감과 입체감을 더해줌과 동시에 기승전결이 뚜렷해 드라마틱한 완성도를 부여한다. 또 세션의 형식을 빌어 완성시켰던 두 번째 앨범과 달리 밴드로서의 멤버쉽이 굳어진 이번 음반의 팀웍이 테크닉보다는 안정된 사운드 메이킹을 요구하는 이번 음반의 거시적 컨셉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녹음 당시 다운인어홀의 라인업은 보컬 서준희, 기타 박진서, 베이스 기타에 김지환이었지만, 현재 드럼에는 녹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이충훈을 대신해 라이브의 세션을 위해 밴드 바 플라이의 이성흠이 서포트를 해 주고 있으며, 역시 녹음을 마치고 개인적 이유로 밴드를 떠난 김지환의 자리에는 20세 최현록의 젊은 피가 수혈되었다. 박진서는 서드아이에서 잠시 활동한 적이 있으며 톤 감각이 뛰어나고 군더더기 없이 그 느낌을 표현하는 데 능한 기타리스트로, 투박하고 거친 질감의 빈티지 사운드에 있어서 서준희의 보컬과 함께 밴드의 다채로운 표정을 조형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영역을 구축했다.
전작의 노선을 계승하는 커다란 스케일의 대륙 지향적인 밴드의 특징은 오프닝 트랙 “Old School Rockers”에서부터 시원스레 펼쳐진다. 물론 브라스파트가 가세한 호쾌한 리프의 진행과 블루지한 솔로의 조화는 단순한 계승이 아니라 향후 다운인어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진보”라는 의지의 표명이다. 80년대 유명했다가 잊혀져 가는 밴드들을 그리워하면서 그들의 마인드를 잊지 않겠다는 가사 내용으로 미드템포의 전형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 다운인어홀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동규가 슬라이드기타로 우정 출연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Survivor”는 이번 앨범 중 가장 스피디하면서 스트레이트한 트랙으로 가사내용처럼 살아남기 위해 물고 물리는 느낌을 표현한 곡. 중반부 템포의 체인지가 절묘하다. 이어지는 “Give Me Another Chance”는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스스로의 팬베이스를 넓혀갔던 “How Do I”와 “Pain Of Waiting For Someone”의 연장선 아래에 있는 웨스턴 스타일의 다운인어홀식 발라드 넘버다. 떠난 보낸 사람을 그리워하는 가사내용과 복잡하지 않지만 감동적인 클라이맥스를 가진 또 하나의 명곡으로 기억될 만하다. 코러스에 이너스톰의 트리스탄이 참가했다. 원시적인 남성의 꿈틀거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강렬한 리프의 타이틀 곡 “Fight, I Fight Alone”은 나의 외로운 도전이라는 가사내용과 같이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나가는 한 사람의 의지를 그리고 있으며, “Tramp”와 함께 공연장에서의 격렬한 헤드뱅을 유도할 만한 그루브로 충만하다. “Where The Rain Falling From”은 웨스턴 느낌의 보컬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원래는 두 번째 음반에 수록하려고 했지만 세 번째 음반을 위해 유보했던 트랙이다. 회고적 느낌의 “Reminiscence”는 또 하나의 발라드 넘버로, 누구나 하나쯤 품고있을 어린 시절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흙내음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다운인어홀식 발라드로 인상적인 후반부 보컬에 뉴크의 최동섭이 코러스를 도와주고 있다. 음반에는 이 외에도 이전에 발표했던 곡 가운데 다운인어홀의 일본진출에 교두보가 되었던 디지털 싱글 “Pain Of Waiting For Someone” 과2집의 대표곡 “How Do I”가 함께 수록되었는데, 특히 새롭게 녹음된 “How Do I”는 실내악 편곡을 듣는 듯 단아한 현악 편곡과 Rika밴드의 Rika가 맡은 후반부 코러스로 종교적 숭고함이 전해진다.
새로운 음반의 발매와 함께 다운인어홀은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시도해왔던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적으로 단행할 계획이다. 물론 그 활동에는 두 번째 음반 이후 꾸준하게 접촉했던 일본 공연이 거점이 될 것이며, 국내와 동시 발매되는 세 번째 음반과 이어지는 도쿄와 나고야 공연, MXTV 방송출연이 그 포석이 될 것이다. 음악계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힘들다’ 혹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인사와도 같이 통용되는 현실에서 다운인어홀의 3집에 수록된 숙성되어 안정적인 결과물들은 새로운 여유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한 음악이다. 그 여유란 앞서 언급했듯 단순히 추억에 의지하는 나약함이 아니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강렬하고 생생한 모티브의 부여라는 점에서 충분히 희망적이다. 청자는 물론 밴드에게 있어서도 말이다.
글 송명하 (핫뮤직 수석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