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범의 [running at night] (ep)
마치 심해(深海)처럼 깊은 어둠으로 가득해 멀리 반짝이는 별들만이 여기가 ‘우주’임을 상기시켜주는 무중력 상태의 공간에서 홀로 부유하며 파랗게 빛나는 지구를 바라본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감상에 빠지게 될까?
‘우주’라는 이름의,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공간에 홀로 있다는 선구자적 환희나 기쁨도 있겠지만,분명 그 이면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외로움이나 쓸쓸함도 동반하고 있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용범’의 음악이 그렇다. 그리하여 어떤 면에서 그의 노래들은 마치 ‘우주 정거장으로 여행을 떠난 루시드 폴’의 그것을 듣는 듯하다. 다른 뮤지션의 이름에 빗대어 그의 음악을 설명한다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딱히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만큼 ‘용범’의 음악은 감성적으로 충만하며, 더불어 깊은 자기성찰의 가사와 멜로디가 ‘다소 우주적이라 할 만큼’ 몽환적이고도 세련된 방법으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초등학생 시절 텅 빈 교실에서 울리는 풍금소리처럼 긴 여운으로 울려 퍼진다.
만 28세, 그다지 적지 않은 나이에 이처럼 첫 데뷔 EP를 발매하며 처음 대중들을 만나게 된 ‘용범’이지만 사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온 뮤지션이다. 어린 시절부터 늘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일궈나간 그는 1996년, 아직 어린 10대의 나이에 친구들과 얼터너티브 록밴드 ‘leash’를 결성, 보컬과 베이스를 맡아 활동하며 클럽 공연은 물론, 몇 번의 단독 공연까지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1996년과 2002년에 두 장의 데모 ep를 완성했지만, 학업과 군입대 등으로 꾸준한 밴드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에 암 선고를 받았고, 그로 인한 몇 년간의 투병생활 역시 그의 발목을 붙잡는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개인적 고난들은 오히려 그의 음악을 더욱 견고하고 감성적으로 발전시켰다. 실제로 그가 밴드 시절에 했던 음악은 마치 서태지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강력한 하드코어/메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투병 생활을 하면서는 물론, 완치의 기쁜 소식을 받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홀로 방 한 구석에 앉아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고, 악보를 쓰며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고 꾸밈없는 노래들을 만들어냈다. 재미있는 건, 그처럼 ‘솔직한 감성’으로 만들어낸 곡들이 이처럼 놀라울 만큼 넓고 풍부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의 방은 그만의 작은 우주였는지도 모르겠다.
전 곡의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믹싱, 프로듀싱을 맡았으니 오롯이 그만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앨범 [running at night]에는 총 다섯 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환상적인 전자음으로 시작하여 마치 끝을 알 수 없이 먼 길을 달리는 듯 노래하는 <밤에 달리기>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용범’의 감성을 대표할 만한 넘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듣는 이의 가슴도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우주선> 역시 이와 흡사한 영롱하고도 환상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인데, 한참을 듣고 있으면 낯설지만 어쩐지 자꾸 보게 되는 어느 전시회의 빛바랜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듯한 감상에 빠지게 된다. 반면 <이제는 내게 말해줘>는 전형적인 한국 대중음악의 작법을 의도적으로 차용하면서도 감성적인 보컬과 뒤섞어 묘하게 정감 있는 분위기를 뿜어낸다. 특히 중반부의 갑작스러운 오케스트레이션과 강렬한 효과음들은 ‘용범’이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얼마나 과감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작법을 구사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록커’를 꿈꿨던 지난날에 대한 ‘오마주(hommage)’와도 같은 <노래는 강물처럼>, 깊고 어두워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는 바다 속에서 방황하는 듯한, 조용하면서도 폭발적인 감성으로 ‘용범’의 내면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는 <지중해>까지, 총 다섯 트랙의 음악들은 용범의 솔직하면서도 다소 파격적이며 신선한 사운드를 충실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늦은 밤,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어두운 밤길을 무작정 달리고 싶은 기분의 당신이라면, 한 번쯤 그의 음악과 함께 외롭지만 슬프지 않은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지?
글/ 김양수 (월간 PAPER 기자)
자료제공 - 음제협</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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