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리스트: 페트라르카 소네토 104(Sonetto 104 del Petrarca) (순례연보 2권 중)
순례의 해, 제2년 이탈리아 (Annees de Pelerinage. Deuxieme Annee ; Italie.)
1. 혼례 (Sposalizio)
2. 명상에 잠긴 사람 (Il Penseroso)
3. 살바토르 로자의 칸쪼네타 (conzonetta del Salvator Rosa)
4. 페트라르카 소네토 제47번 (Sonetto 47 del Petrarca)
5. 페트라르카 소네토 제104번
6. 페트라르카 소네토 제123번
7.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판타지 (Apres une lecture du Dante, Fantasia quasi Sonata)
그 중 5번째 곡으로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 에 부쳐진 것인데 가요 풍의 아다지오 템포에 실린 로맨틱한 선율은 사랑에 깊이 빠져 고뇌하는 페트라르카의 모습이 떠오른다.
* 소네트 104번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린 나는 모든 것을 잃고 세상에 살고 있다. 나는 장님으로 보고 벙어리로 말한다.
자기를 증오하며 누군가를 찾는다. 고통과 기쁨을 느끼고 울면서 웃는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오직 그대뿐.
페트라르카는 라우라가 세상을 떠나자 처절한 심정에 휩싸여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참고 : 소넷은 문학의 한 형식으로 세익스피어가 애용하던 시의 일종으로, 음악도 시적인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악보에 보면 리스트가 실제로 사용한 소넷의 내용이 나와 있구요.
II~III.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1905년 피아노곡집 《거울 Miroirs》
라벨의 [거울]에서 피아니스트 조지현은 사물이 그대로 비춰지는 거울과 같은 객관적인 표현을 시도함으로써 전통적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였다. 라벨은 이 작품을 통해 피아노를 시적인 악기로 변형시켜 새로운 음향을 발굴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연주자는 작곡자의 의도를 충분히 감안하여 각 악장마다 특징있게 묘사하였다.
II. [나방]에서는 불 주위를 팔딱거리며 나르는 불나방의 날개짓하는 듯한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연주하여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였다. 특히 멈췄다가 다시 진행하는 동작을 흩어진 리듬과 반음계적 선율의 움직임으로 조화시킴으로써 연주자의 몸의 움직임과 마음의 움직임을 연결시키는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III. 1905년에 작곡되고 같은 해 1월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피아노곡집 《거울》은 [나방], [슬픈 새], [창해의 조각배],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오바드)], [종의 골짜기]의 5곡으로 이루어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그 독창성과 싱싱한 감각이 인상주의적 수법으로 교묘히 처리되고 있는 점에서 피아노음악에 새로운 경지를 열어준 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어릿광대의 아침노래]가 유명하여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고 라벨 자신에 의해 관현악용으로 편곡된 것도 있다. 유독 이 곡에만 에스파냐어로 표제를 붙인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IV~VII. Piano Sonata No.13 in E Major Op.27 No.1(환상곡 풍의 소나타(Quasi Una Fantasia))
베토벤의 소나타 제13번은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계획과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냉정함이 요구되는 어려운 작품이다. 화려하고 기교적인 장식음의 처리와 깊고 멀리 울리는 음색 등 학구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베토벤을 들려 주었다.
* 작품 개요 및 배경
하일리겐쉬타트 유서가 쓰여지기(1802) 직전인 1801년에 완성된 Op.27-1은 시기적으로는 베토벤의 초기 작품으로 분류되지만, 소나타의 형식을 다루는 그의 작곡 기법은 기존의 것을 모방하거나 답습하지 않고 자신의 뚜렷한 예술관을 갖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개척하는 작곡가의 위대한 창조력과 예술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작품의 구성
4개의 악장은 attacca로 모두 연결되어 있어 부제인 "환상곡 풍의 소나타"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전체가 하나의 환상곡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 곡에서는 친밀한 소박함이 느껴지는 1악장에서 부터 4악장의 팽팽한 생동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상이 전통적인 악장 배열을 따르지 않는, 소나타로서 흔치않은 구조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 Sonata quasi una fantasia (환상곡풍의 소나타)이라는 운치 있는 표 제가 붙어 있는 이 곡은 표제 그대로 부드럽게 표현되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J.S.바흐의 평균율곡집이 피아노음악의 구약이라면 베토벤의 32개 소나타는 신약이라고 불리워 진다. 그만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음악전공자 뿐 아니라 감상자들에게도 한곡한곡이 보석같이 고귀한 예술작품이다.
베토벤의 소나타를 모방의 시기--구체화의 시기--명상의 시기의 3기로 나눌 때 op.27의 Eb장조 소나타는 제 1기의 소나타에 속한다. 하이든과 모짜르트로 부터 전해 내려온 고전주의를 모방하는 시기이면서도 그 감성이 죽순처럼 자라나며 제어할 길 없는 자유로움을 표출하는 베토벤의 천재성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작품번호 27에 속하는 두 곡은 1악장에서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을 쓰지않았는데 op.27-1이 바로 이 Eb장조의 소나타이고 op.27-2가 바로 그 유명한 [월광] 소나타이다. 그 두 곡의 소나타 각각의 앞머리를 보면 '환상곡 풍의 소나타(Sonata quasi una Fantasia)'라는 부제를 붙여놓았는데 [월광] 소나타가 그래도 악장구분을 갖춘 소나타다운 소나타라면 op.27-1의 소나타는 편안함과 약동, 심각함과 묵직함, 다시 약동과 다시 묵직함이 교차되면서 짧은 약동으로 끝맺는 절대 소나타같지 않은, 정신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환타지이다.
- 제1악장 Andante-Allegro;Andnate
고전적인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이 아닌 Andanto-Allegro-Tempo I의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정적이고 섬세한 부분과 격렬한 부분은 대조를 이룬다. 첫 부분에 기본화음 세 박자로 도입되는 단순한 유도에 따라 왼손 저 음의 부드러운 아르페지오 스케일로 시작되는 제1주제는 비교적 단순 하지만 정겨운 감정이 가득할 수밖에 없고 그 느낌은 무척 따뜻하다.
- 제2악장 Allegro molto vivace
Allegro molto e vivace의 이 악장 역시 ABA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 제3악장 Adagio con espreessione
Adagio con espressione의 이 악장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느린 악장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느린 2악장을 연상시킨다.
- 제4악장 Allegro vivace
열정과 활기가 넘치는 Allegro vivace의 4악장은 전개부가 있는 론도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끝부분에 3악장의 일부가 다시 등장하고 이는 바로 presto의 coda로 이어져서 끝맺음을 하는 것(ABA 전개부 AB+3장의 재현+coda)이 매우 특징적이다. 이 마지막 악장에서는 경쾌한 리듬의 생동감을 무겁지 않은 터치로 활기차게 표현됨을 느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