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남성적이고 중후한 정통 독일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게르하르트 오피츠가 드디어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시작했다.
80년대 후반에 녹음한 몇몇 소나타에서 강인하지만 다소 거칠고 몰아붙이는 듯한 연주를 들려주었던 오피츠가 새 녹음에서는 진지하고 독자적인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오랜 성찰의 힘이 느껴지는 원숙한 세계로 듣는 이를 이끈다.
특히 섬세한 리듬감각과 표정이 풍부한 칸타빌레가 돋보이는 ‘비창’ 소나타는 오피츠가 이제 막 들어선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