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세 작품들은 모두 1967년과 1966년(시벨리우스)에 연주하고 녹음된 것들이다. 유티인의 후예로 텔아비브에서 펄만이 태어난 것은 2차 대전이 그 종지불르 찍은 직후인 1945년 8월말이니까 이 연주를 할 당시에 펄만은 갓 스무 살 고개를 넘은 청년도 아니고 소년도 아닌 시기였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제 막 자신의 전공을 정해서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준비에 한참일 때이다. 그런데, 이 음반에서 대곡들을 연주하고 있는 펄만은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연륜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미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갖춰야 하는 모든 것을 확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있다. 물론, 지금도 세계 각지의 콘서트 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이올린의 천재, 피아노의 신동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들의 음반들도 쉽사리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연주에서는 어쩔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지는 것은 악보를 보고 기계적으로 연주할 뿐 음악의 내용이 없기 때문인데, 펄만의 이 음반이 놀랍다는 것은 이 시기에 이미 바이올린 협주곡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차이코프스키와 시벨리우스의 작품들을 꿰뚫고 있는 혜안이 있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이 녹음이 cd 포맷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라는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메리트가 있기는 하지만 연주의 완성도라는 보다 중요한 측면에서도 충분한 만족을 가져다 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