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필립스를 통해 <롬바르디아인>의 규범적 연주를 제시한 가르델리가 의욕적으로 재도전한 <롬바르디아인>의 결정판이다. 한때 ‘칼라스의 재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명 소프라노 실비아 사스가 전격 기용되어 최고의 지젤다를 들려준다. 두 명의 테너가 동시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람베르티는 다소 유약한 성격의 오론테에 적임이며, 체사레의 격정적인 음색은 아르비노의 불타오르는 분노에 걸맞다. 무엇보다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큰 이 작품에서 가르델리의 지휘봉은 최고의 빛을 발한다. 일명 ‘베르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리는 3막 간주곡에서의 독주 바이올린 연주는 서유럽 교향악단의 기름진 음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애환과 깊이가 서려 있다. 그라모폰의 Alan Blyth 역시 실비아 사스의 열정적인 해석과 최고 수준의 합창은 구반을 월등히 능가한다고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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