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임을 자처하는 네드 로렘이 미국의 선도적인 현존 종교 음악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하지만 실제로 로렘이 작곡해낸 성악곡과 합창곡은 최상위급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다. 그는 메시안이나 스트라빈스키의 경우와 같은 경건한 작곡가는 아니며, 브리튼이 그의 <전쟁 레퀴엠>에서 종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평화주의자의 관점을 열렬히 주창하기 위해 고인을 위한 미사를 도용했던 것처럼 독실한 체하는 경우도 없다. 로렘은 대신 브람스와 마찬가지로, 사상의 순수성과 최고의 미학적 가치를 위해서 기독교의 문학적 전통을 기리는 작곡가이다. 이를 통해 단지 아름답고 지속적인 가치를 지닌 최고의 순수 미학적 종교 음악 자체를 창조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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