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마지막 거장 예프게니 스베틀라노프. 그의 음악은 무라빈스키처럼 듣는 이를 압도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그 음악에 취하여 자연스럽게 음악과 공명하게끔 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마술적인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1968년 영국 실황 녹음이다. 육중하면서도 무곡적인 리듬감이 투박하게 살아숨쉬는 글린카와 세련된 형식미를 바탕으로 재기발랄한 유머를 발산하는 프로코피에프에는 스베틀라노프만의 개성이 한껏 살아나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3번 ‘폴란드’에서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으로서의 원숙함과 노련함, 러시아적인 스케일과 독특한 표현력이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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