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교향곡 제7번(1989년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실황)
브람스 : 교향곡 제3번(1983년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실황)
연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우스 텐슈테트(지휘)
클라우스 텐슈테트 특유의 늠름한 골격과 장렬한 기백이 돋보이는 로열 페스티벌 홀 라이브 2종이 새롭게 선보인다. 우선 브람스 3번은, 텐슈테트가 게오르그 숄티의 뒤를 이어 런던 필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던 해인 1983년의 기록이다. 당시 텐슈테트는 4월 7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브람스 3번을 메인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런던의 청중들에게 선사했는데, 여기에 수록된 것은 그 중 4월 7일의 실황 녹음이다. 여기서 텐슈테트는 그야말로 ‘진정한 사나이’만이 가능한 강인하고 거대한 낭만성으로 넘쳐나는 절연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유명한 3악장은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 자유로운 유동감 속에 깊은 고뇌의 상흔과 뜨겁고 진한 낭만의 숨결이 절묘하게 교차하고 있어 감동적이다. 아울러 그의 전매특허인 웅대한 스케일과 유장한 프레이징이 긴밀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텐슈테트는 어린 시절 스토코프스키와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의 브람스 음반을 들으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기에, 그의 브람스 녹음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다음으로 베토벤 7번은, 텐슈테트가 병마를 무릅쓰고 무대에 복귀하여 한창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던 1989년의 기록이다. 당시 텐슈테트는 11월 21일과 22일 양일간에 걸쳐 베토벤 7번을 메인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수록된 것은 11월 22일의 실황 녹음이다. 베토벤 7번은 텐슈테트가 즐겨 다루었던 레퍼토리로 알려져 있는데, 텐슈테트의 지휘 성향과 곡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리듬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텐슈테트의 솜씨는 그야말로 경이적인 장관을 연출해 보이는데, 이처럼 리듬을 예리하게 조형하면서도 광활한 스케일과 풍부한 열기까지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연주는 달리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여타의 비공식 실황들과는 달리 끝까지 균형 감각을 굳건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이 융화를 이룬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베토벤 7번이라 할 만하다. 또한 이상 두 곡은 텐슈테트가 공식 녹음을 남기지 않았기에 더욱 값진 레퍼토리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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