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공포와 그 질곡을 그리고 있는 8번의 연주는 므라빈스키와 콘드라신으로 대변되는 러시아적 정공법이 대세다. 그들의 연주는 투쟁적 힘과 원초적 감성으로 무장하고 군의 행진처럼 직선적으로만 뻗어가고, 쇼스타코비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피흘리며 투쟁한다. 하지만 구동독계의 마지막 거장 헤르비히는 서정성에 대한 인간적 갈구를 바탕에 깔고, 여기에 폭력적 힘들을
선명히 대비시켜, 곡의 관조적이고 반성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결국 헤르비히가 그려내는 것은 관조적 지식인 쇼스타코비치의 처절한 고뇌일 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