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와 바로크에 걸치는 시기에 활동한 로마 출신의 음악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곡가이다. 하지만 그의 교회 음악은 순수한 선율과 대담한 리듬으로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첫 곡인 미제레레는 기도회나 미사 중간에 불려지는 독립된 찬송으로서, 단선율 제창(쁠렝-샹)의 독경송과 9성부의 다선율 성가가 응답송의 형식으로
교호적으로 짜여져있는데, 특히 슈페리우스(소프라노에 불려지는 최고 상성부)에 의해 연주되는 화음 선율의 보칼리즈(모음 음절로만 연주되는 가창)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감각을 소스라치게 할 정도의 화려한 바로크적 장식음 기법을 보여준다. 그리고 통주 저음을 동반하는 바로크 양식의 모테트의 연주 또한 완벽한 대위법적인 통일감을 선사하는데, 소프라노들의 음성은 너무도 아름답다. 미사곡 '큰 고통을 보다'(Vidi Turbam Magnum)는, 키리에(기도송), 글로리아(영광송), 크레도(사도송), 상투스(신성송), 아그누스 데이(신의 어린양을 기리는 찬송) 등의 찬송으로 구성된 비교적 정규 미사곡 양식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도입과 글로리아송 다음에 각각 인트로이트(도입송)과 그라듀엘(층계송)을 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원래 중세 시대의 그레고리안 성가 시대부터 있어 왔던 단선율 제창(Plaint-chant)의 찬송들로서, 후에 정형적인 미사곡 양식이 정착된 후에도 여기서처럼 종종 추가되어 사용되었다. 그런데, 모테트의 특징은 각 성부가 서로 다른 텍스트(가사)를 사용하여 부른다는 점에 있다. 이 모테트 양식의 성가는 후에 마드리갈(목가적인 전원시가)이라는 세속적 가창 양식을 낳는 원천이 되었는데, 각 성부의 선율 모방은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