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세상을 떠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는 완벽주의자로, 그가 선택한 레퍼토리는 곧 그가 최상으로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임을 의미했다. 이런 측면에서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과 라벨의 <어미 거위> 조곡은 그와 잘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레퍼토리이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 음반을 들어보면, 우린 역시 그가 완벽주의자임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든의 연주는 현대의 풀 오케스트라를 이용한 모던한 해석으로, 중용적 템포와 풍부한 울림의 현, 그리고 위트있는 낭만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이나믹의 운용이 돋보인다. <어미 거위>의 해석은 더욱 낭만적으로, 이 곡에 대한 최적의 프레이징과 템포 설정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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