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성 마드리갈은 언어와 음악 예술이 최상의 경지에서 결합한 예술로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장르이다. 그리고 그 마드리갈을 궁극적인 정점으로 끌어올린 작곡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크의 선구자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였다. 몬테베르디는 총 8권의 마드리갈 작품집(제 9권은 사후에 다른 사람이 정리하여 출판)을 통해 다양한 작곡법을 실험하며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르네상스-바로크의 올바른 가창법이 잊혀졌기 때문에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은 음악학자에게나 중요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몬테베르디와 초기 바로크 작곡가들이 의도했던 것처럼 언어와 음악의 깊이 있는 결합을 깨닫게 되자 생생하고 풍부한 감정으로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다성음악만의 매력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이해하는 음악팬도 생겨나게 되었다.
최근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을 활발하게 연주하고 있는 쟁쟁한 이탈리아 연주단체 가운데서도 여전히 독보적인 연주단체는 단연 리날도 알렛산드리니가 이끄는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일 것이다. 콘체르토 이탈리아노는 창단 초기부터 몬테베르디 마드리갈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탁투스(Tactus)레이블에서는 타소 시에 의한 마드리갈 선집을 녹음했고, 뒤이어 OPUS111 레이블에서는 중요한 작품집을 대부분 녹음했다. 무엇보다도 기억할 만한 음반은 1992년 아르카나 레이블에서 녹음한 제6권으로 초기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기념비적인 성과이다.
1614년 출판된 제6권(Il Sesto Libro de Madrigali)은 오타비오 리누치니가 대본을 쓴 오페라<아리안나>에 포함된 걸작 라멘트(Lament) “아리안나 탄식”의 마드리갈 버전을 비롯,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지암바티스타 마리노 등이 쓴 시에 곡을 붙인 마드리갈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 작품인 “아리안나의 탄식”이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일명 비통과 슬픔의 마드리갈 작품집으로 1607년에 죽은 만토바 궁정의 가수이자 사랑하는 아내였던 클라우디아 카타네오와 1608년에 죽은 애제자이자 가수인 카테리나 마르티넬리를 애도하는 작품집으로 여겨진다. 특히 마르티넬리는 오페라 <아리안나>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연관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마드리갈 작품집 가운데 유일하게 아무에게도 헌정하지 않은 작품으로서, 몬테베르디 자신의 은밀한 개인적인 감정 고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마드리갈 6권에 이르면 콘체르타토 스타일을 주축으로 한 신 양식(stile moderno) 혹은 이른바 제 2작법 (seconda prattica)이 완전히 정착된다. 그러나 구양식(stile antico)이나 제1작법(prima prattica)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어서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처럼 옛 양식과 새 양식을 조화시키고 있다. 솔로를 통해 단어의 의미와 감정을 강조하며 텍스트의 극적인 구성을 음악으로 옮기면서 대위법과 다성부의 견고한 구조 또한 가미하고 있다.
연주에 사용된 악보는 1620년에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몬테베르디가 바소 콘티누오를 붙여 개정한 악보이다. 이 연주에서는 아르파 도피아(더블 하프), 류트와 테오르보 그리고 알렛산드리니 자신이 연주하는 하프시코드를 곡의 분위기에 따라 가려 쓰고 있다. 이제 바로크 하프의 스타가 된 젊은 마라 갈라시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바소 콘티누오는 성악가들의 표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강조가 필요한 부분을 요소요소 짚어주며 표현을 보강하는 필요불가결한 양념같은 역할 하고 있다.
현재 라 베넥시아나의 멤버로 성공적인 몬테베르디 마드리갈 작품집을 새롭게 녹음한 클라우디오 카비나(카운터테너)와 다닐 카르노비치(베이스) 등 초기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호화로운 멤버들이 모두 참여한 연주로 그 생기 넘치는 목소리의 향연은 이제 이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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