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중반 베를린 필을 이끌었던 지휘자들 가운데 가장 이지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파울 반 켐펜. 타라에서 발굴해낸 켐펜의 예술 시리즈를 통하여 이 아폴로와 같은 지휘자의 숨겨진 모습을 다시금 접하며, 우리는 그가 남긴 절도 있고 서정성 가득한 음악 예술의 숭고함이 불러일으키는 겸허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 8번이나 리스트의 전주곡은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켐펜의 생동감이 잘 포착되어 있고, 전성기인 50년대 DG에서의 녹음들은 원숙함이 한껏 베어 나온다. 특히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에쉬바허와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동시대 최고의 해석으로 손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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