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겔의 가장 유명한 베토벤 연주들은 드레스덴 필과의 스튜디오 레코딩이지만, 어떤 이는 이 연주들이 케겔 특유의 강렬한 개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평한다. 하지만 이번 레코딩은 케겔 특유의 개성으로 충만하다. 특히 그의 사망 4년 전인 1986년에 연주된 5번은 케겔 특유의 처절 모드 베토벤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알투스 음반의 패배주의적 베토벤을 이미 예견하는 이번 연주는 특히 2악장 안단테에서 위대한 숭고미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광포한 피날레는 우리의 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카라얀의 베토벤이 아니라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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