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요한 마테존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면 어디가서 18세기 음악사에 대해 좀 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요한 마테존(1681~1764)은 함부르크의 음악가이자 음악이론가로 음악이론과 미학, 그리고 자신의 날카로운 안목을 바탕으로 음악비평이라는 학문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한때 젊은 핸델과 의기투합하여 함께 오페라를 공연한 적도 있을 정도로 처음에는 오페라 가수로, 극장음악 작곡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어느 순간 음악가보다는 음악이론가와 비평가로 헌신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마테존는 텔레만, 핸델, 바흐의 동시대인이자 친구로서 18세기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수많은 글을 썼고 그의 귀중한 문헌은 오늘날 독일 바로크 음악을 연구하고 연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이론가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마테존의 적지않은 음악 작품들이 펜과 종이의 그늘에 가려져있다. 겨우 한두 음반으로 음악가로서 마테존의 진면목을 알기란 어렵겠지만 크리스티아노 홀츠가 연주하는 하프시코드 모음곡은 마테존 재발견의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다.
함부르크 주재 영국 대사 가정의 음악 교사로 일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마테존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두 권의 모음곡이 1714년 런던에서 출판되었는데 거기서 선곡한 모음곡과 모음곡 악장이 수록되어 있다.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가 중심이 되는 전통적인 모음곡 양식에 이탈리아 풍과 프랑스 풍의 쿠랑트를 한 모음곡에 배열하는 등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취향을 혼합하려고 했는데 특히 프랑수와 쿠프랭의 영향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독일 고유의 대위법 양식도 극도로 연마하여 바흐처럼 마지막 지그를 엄격한 푸가를 쓰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크리스티아노 홀츠는 브라질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며 자크 오흐, 귀스타프 레온하르트 등 정통 네덜란드 건반악파를 사사한 신성으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마테존의 하프시코드 작품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연주악기는 브루스 케네디가 복제한 미하엘 미트케의 2단 건반 하프시코드이다. 미트케 악기는 대 바흐도 애용했던 18세기 초반 중부 독일의 뛰어난 하프시코드로 그 섬세한 만화경 같은 음색이 라메 레이블의 뛰어난 녹음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