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5월 그라나다에서 열린 한 연주회 실황 녹음이 50여년이 지난 뒤에 비로소 공개됨으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또 다른 역사적인 공연의 참다운 희열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정열의 지휘자 아르헨타의 뜨겁게 불타오르는 화염에 맞선 기사는 바로 메뉴힌. 지휘자에 따라 음악의 모습을 교묘히 변화시킬 줄 아는 메뉴힌이지만, 50
년대의 그는 클렘페러나 푸르트벵글러와 같은 지휘자들과 주로 독일적인, 다시 말하자면 이지적이고 다소 현학적이면서 신화적인 음악세계를 선보였다. 그러나 아르헨타와는 전혀 다르다. 귀곡성을 그리며 날아가는 듯한 날카로운 다운보잉과 업보잉의 아고긱과 투우사의 번뜩이는 검을 연상시키는 섬?한 스타카토를 구사하며 아르헨타의 뜨거움보다 더욱 뜨겁게 용솟음치는 메뉴힌. 첫 바이올린 도입부의 소름돋는 열정부터 탄성이 절로 나오는 비르투오시티 넘치는 카덴짜까지 메뉴힌은 점점 뜨거워지기만 한다. 현과 활이 하나 되는 듯한 신기를 보여주는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끈적하고도 농염한 2악장을 거친 뒤 터져나오는 용맹하고 전투적이며 승리감에 넘치는 마지막 악장까지,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는 깊디 깊은 음악성과 작열하는 테크닉, 삶에 대한 성찰에서 기인하는 표현의 묘를 보여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