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포르투갈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하는 스카를라티 소나타집. 바로크 음악과 피아노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인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바로크 작곡가들이 피아노의 역사와 함께 했고 도메니코 스카를라티도 그 중 한 사람이다.도메니코의 아버지 알렛산드로 스카를라티는 피렌체 궁정의 음악고문이었는데 바로 피아노의 아버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피렌체 궁정의 악기 제작자겸 관리자였기 때문에 알렛산드로와 젊은 도메니코는 분명 크리스토포리의 새로운 악기를 실제로 연주해봤을 것이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는 나중에 이베리아 반도로 건너가 포르투갈 왕녀 마리아 바르바라의 음악 고문 겸 교사가 되어 포르투갈 궁정과 스페인 궁정에서 활약하게 된다. 당시 포르투갈과 스페인 궁정은 지리적으로 가까웠던 프랑스는 물론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건반 악기를 수입했는데 포르투갈 국왕 죠앙 5세는 크리스토포리의 악기를 구입했고 마리아 바르바라는 다섯 대나 되는 포르테피아노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도메니코 스카를라티가 새로운 피아노를 잘 알고 자주 연주했으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드디어 1740년대가 되면 이베리아 반도에서도 피아노 제조가 시작되는데 연주에 사용된 악기를 제작한 마누엘 안투네스는 포르투갈의 가장 뛰어난 하프시코드와 피아노 장인으로 1750년대와 60년대 동안 피아노 제조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1767년 제작된 안투네스의 포르테피아노는 크리스토포리 모델에 따라 만들어졌는데 크리스토포리가 고안한 액션의 완성도가 높았고 음역이나 강약, 음색 측면에서 당시의 음악적인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바깥 케이스의 세공에 아주 공을 들여서 프랑스 악기와는 구별되는 이베리아 반도의 정열적인 화려함으로 누가 봐도 안투네스의 악기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멋진 악기를 제작했다.
이 귀중한 이베리아의 포르테피아노는 우여곡절끝에 대서양 건너 멀리 미국 사우스다코타 대학에 있는 국립 음악 박물관(America's Shrine to Music Museum)에 소장되어 18세기 이베리아의 건반음악을 연주하려는 연주자들이 한번은 연주해보기를 꿈꾸는 악기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자크 오흐의 스카를라티 연주는 외면적인 화려함보다는 미묘한 표현에 집중하는 품위있고 귀족적인 해석을 들려준다. 그런 측면에서 극히 섬세한 아티큘레이션과 다이나믹을 연주할 수 있는 안투네스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한 것은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머가 현을 칠 때의 독특한 리듬감과 밝은 소노리티는 스페인적인 감수성과 리듬이 넘치는 작품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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