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름다운 성모 찬미가를 써서 “마리아의 가수”라고 불리운 스페인 다성음악의 거장 프란시스코 게레로는 젊어서 “스페인의 빛”모랄레스를 만나 가르침을 받았는데 모랄레스나 동년배인 빅토리아와 달리 이탈리아로 유학하지 않고 거의 고향 세비야에 머무르며 음악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명성은 멀리 이탈리아나 프랑스 까지 알려졌다고 한다.
게레로는 빅토리아와 달리 세속적인 것도 거부하지 않았고 호기심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멀리 예루살렘을 순례하며 해적을 만나 고생한 모험담을 책으로 써서 크게 성공했을 정도이다. 종교음악은 물론 세속음악에도 정통했는데 빅토리아나 모랄레스의 소위 스페인다운 신비로움과 종교적인 힘에는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감미롭고 부드러운 정감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함으로 듣는 이에게 언제나 기쁨을 주는 대위법을 구사했다.
게레로에게 성과 속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게레로는 분명 생활 속에서의 소박한 믿음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바로 1589년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종교적 칸시오네와 비야네스카 집은 성과 속의 접점이다. 게레로는 가사를 바꾸고 작품을 부분적으로 개작해서 세속 음악을 절묘하게 종교 음악으로 바꾸어 놓았다. 게레로의 칸시오네와 비야네스카는 어려운 라틴어 대신 이베리아 반도의 로망스 어로 작곡했고 기쁨이 넘치는 익히기 쉬운 선율로 민중적인 특성을 지니는데 그 음악사적 의의는 동시대 영국 마드리갈에 비견할만 하다.
스페인 다성음악 전문 앙상블인 무지카 픽타는 자신들의 레이블 엔키리아데스에서 게레로의 대표 작품들을 망라하여 연주하고 있다. 종교적 칸시오네와 비야네스카는 다섯 명의 성악가와 하프, 비우엘라, 타악기로 이뤄진 기악 앙상블이 연주하는데 노래 앞에 화려한 기악 전주를 넣는 등 기악 반주를 적극적으로 하여 전체적으로 풍부하고 화려한 연주를 들려준다. 하프시코드, 하프 등 여러 옛 악기 연주에서 다재다능한 솜씨를 뽐내는 마리 니시야마의 능숙한 하프 연주가 특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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