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인 어머니와 인도네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발렌시아는 어린 시절을 9살때까지 네덜란드와 스페인을 오가며 자랐다. 네덜란드에 정착한 뒤로 4세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한 실력을 바탕으로 작곡을 시작한 발렌시아는 작곡을 시작했고 학창시절 친구들과 조직한 밴드를 시작으로 뮤지션의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비틀즈, 케이트 부쉬, 퀸 등에게서 강한 영향을 받아 다소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 발렌시아의 음악성은 다른 멤버들에겐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고, 결국 발센시아는 16세때부터 스스로의 데모를 만들기 시작한다. 92년 레코딩 계약을 체결하고 94년에 발매된 첫 앨범 [Gaia]는 발렌시아의 이런 음악성이 축약된 작품이다. 그 이후 1집의 음악성을 그대로 이어나간 2집 [K.O.S.M.O.S] (96년), 레코드 회사의 압력에 의해 다소 모던 락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V III] (98년), 발렌시아 본래의 음악성으로 회귀한 [Gaia II] (2000년)에 이르기까지 발렌시아는 본인의 정체성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도내에서 스스로의 음악성을 맘껏 뽐내고 있다.A&R 스태프의 협박과 농간(?)에 의해 본래의 음악적 방향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앨범 [V III]를 공개한 후 각국의 팬들로부터 크게 우려하는 반응을 접했던 발렌시아는 이후 [Gaia II]를 계기로 두터운 코러스를 동반한 화려한 편곡을 바탕으로 한 본래의 음악적 색채를 드러내는데 크게 주저하지 않고 있다.
2002년 여름에 발표된 새 음반이 "Good Modern Pop Music"인가에 대해서는 듣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터이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레코딩 기교가 아닌 곳곳에 음악적인 테크닉으로 똘똘뭉친 발렌시아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앨범 전체의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데뷔앨범 {Gaia}와 지금까지 발표된 앨범중 가장 흡사한 풍의 곡들은 {Gaia} 이후 발렌시아의 음악에 매료된 팬들에게는 상당히 반갑게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드라마를 음악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듯한 첫곡 `Mayte`를 시작으로 앨범은 여러면에서 {Gaia}를 연상시키는 구도로 풀려간다. 힘찬 목소리에서는 프레디 머큐리를, 가늘게 떨리는 가성에서는 케이트 부쉬를 연상시키는 발렌시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의 나이와 성별을 헷갈리게 만든다. 발렌시아의 목소리가 가진 미묘한 표현력 보다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코러스와 편곡 탓에 오히려 정신을 빼앗기게 되는 `Hello Pianist`와 `Inshallah`가 이어지고 나면 케이트 부쉬 풍의 신비롭고 짧은 시퀀스들인 `The Echo`, `The 1st Born`, `Goodnight Orion`가 연타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오는 본곡이라 여겨지는 `Alyssa`가 흐른다. 슬로우 템포로 진행되는 이곡에서는 앞에까지 화려한 코러스 뒤에 다소 가려져 있었던 보컬의 다양한 표현 능력을 엿볼수 있다. 다시 경쾌한 분위기와 두터운 편곡으로 분위기의 반전을 꾀하는 `The Flying Dutchfun`의 중반부에 흐르는 기타솔로를 들어보면 발렌시아의 연주기량이 목소리 못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스타일상 한가지 악기가 그다지 두드러지는 일은 결코 없지만, 에디 반 헬렌에게서 영향받은 듯한 발렌시아의 솔로는 여느 리드 기타리스트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독특하게도 랩(?)이 포함되어 있는 들뜬 분위기의 `Life Is A Killer`가 흐르고 난 뒤에 한편의 동화의 끝자락에 흐를 거 같은 아기자기한 편곡의 `The Amateur`에 이르면 발렌시아의 수려한 외모와 잘 어울리는 매끈한 작곡센스가 느껴진다. 그의 음악에는 "악"이라는 요소를 도대체가 찾아볼수 없다. 흡사 파워 스테이션(Power Station)의 히트곡 `Some Like It Hot`을 연상시키는 강한 비트의 락넘버 `The Line`과 케이트 부쉬 풍의 가성이 곳곳에 돋보이는 `A Night In Spain`은 앨범 전체로 볼때 발렌시아의 특유의 공식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특히 `A Night In Spain`에서 소름을 돋게하는 가성과 힘찬 육성을 오가는 발렌시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면 이는 도저히 한사람의 성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뮤지칼 같은 느낌의 `Bonen Hood`로 발렌시아 본래의 이미지로 복귀하면 앨범의 최후를 장식하는 `Valensian Jazz`가 기다리고 있다. 재즈라는 말이 붙어있지만 막상 듣고 보면 재즈라기보다는 발렌시아의 고음역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말 그대로 발렌시아만의 재즈다.
자료제공; 포니캐년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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