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망스의 대명사` 안나 게르만(Anna German). `러시아의 위대한 여성 보컬 시리즈`중 그 첫 작품은 안나 게르만의 <정원에 꽃이 필 때>이다. 이 여가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에게는 생소한 `러시아 로망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면, 우리의 `가곡`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사랑과 이별, 인간의 영혼,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가사와 단조의 음계로 만들어진 음악으로서, 많은 부분 가수의 목소리에 의존하면서 고전음악에 사용되는 악기가 그 뒤에 깔리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로망스는 18세기 말경에 생겨나 귀족층의 예술로 사랑을 받아오다가 20세기 초에는 지식인층에도 많이 알려져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지만, 1917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부르조와들의 노래라는 이유로 핍박을 받았다. 로망스가 자리했던 곳에는 사회주의 혁명의 수행과 성공을 내용으로 담은 혁명 찬가들이 채워졌다. 그러나 그러한 혹독한 시간 속에서도 로망스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그 아름다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b>로망스의 대명사, 안나 게르만 </b>
로망스를 부른 많은 여자 가수들이 있지만, 안나 게르만은 그 음악의 깊이로 보나, 러시아 로망스에서 차지하는 그녀의 위치로 보나 `러시아의 위대한 여성 보컬 시리즈`의 첫 장을 장식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녀는 지난 1980년대에 세상을 떠났지만, 현재도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을 정도로 로망스를 불렀던 당대 최고의 여가수였다.
<b>여자의 일생</b>
안나 게르만은 1936년 지금의 우즈벡키스탄의 작은 마을 우르겐치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녀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성이 `게르만`인 폴란드인을 아버지로 맞게 된다. 그러나 새 아버지마저도 전쟁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안나는 어머니와 함께 새 아버지의 주검을 찾아 폴란드로 이민을 떠난다. 10살의 소녀 안나 게르만에게 이제 폴란드어는 모국어가 되었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음악을 시작하였다. 지질학을 전공하던 그녀가 친구에게 이끌려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음악인생의 전기가 되었다. 특히, 몇 달 후에 열린 국제 가요제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그녀는 순회 공연을 갖게 된다. 1964년 오폴레에서 열린 제2회 폴란드 송 페스티발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고, 소련의 국영 레코드사인 멜로디아와 첫 앨범을 발매하며 모스크바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1967년에 그녀는 산레모 가요제에 참가하여 이탈리아의 달리다(Dalida)와 실력을 겨루기도 했다. 이 때부터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며 더욱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던 안나는 자동차 사고로 인해 거의 죽음에 이를 뻔했다. 이후 모든 음악 생활을 중단했다가 1970년에 멜로디아의 편집장인 안나 까찰리나의 권유로 당시 소련 최고의 작곡가인 알렉산드라 빠흐무또바의 `희망`을 을 녹음하게 되었고, 또한 러시아 로망스를 주로 노래하면서 그녀의 명성이 소련에서 되살아나게 되었다. 이렇게 음악활동을 재개한 그녀는 미국에서 콘서트를 가지기도 했지만, 1980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진 공연을 마지막으로, 다시 병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바르샤바에서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자신의 맑고 부드러운 음색과 풍부한 성량으로 러시아 로망스를 더욱 아름다운 장르로 승화시켰으며, 특히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해서 러시아 음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국민적 공훈 가수 알라 뿌가쵸바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앨범 정원에 꽃이 필 때> </b>
러시아 로망스의 백미 `나 홀로 길을 걷네`, `빛나라 빛나라, 나의 별이여` 가 수록 앨범 <정원에 꽃이 필 때>에 수록된 곡들 가운데서 , `봄`, `춤추는 걸 좋아해요`, `희망`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우수어린 단조의 곡들이다. 이미 드라마에 삽입되어 인기를 누렸던 `나 홀로 길을 걷네`를 비롯하여 `쇼팽에게 보내는 편지`, `가을의 노래`, `당신은 내게 뭔가 말하고 싶었나 봐요`, `빛나라, 빛나라, 나의 별이여`, `난 봄을 기다려요` 등은 언제 어느 곳에서 감상해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에 손색이 없는 곡들이다. 특히나 러시아 로망스에는 저명한 러시아 작가나 시인들의 작품에 아름다운 선율을 입힌 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쁜 노랫말의 이해가 음악감상의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맑고 청아한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가 신호탄이 되어 베일에 가려진 러시아 음악의 신비를 하나씩 풀어줄 것이며, 앞으로 계속해서 발매될 시리즈를 통해 러시아 음악이 우리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