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그 때 그 때 큰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이 진행자로 발탁되어 미처 체화되지 못한 음악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간자적 입장에 머물고 마는 우리나라 라디오 방송의 현실. 그리고 고주파의 음악용 FM 매체를 신세대를 위한 여느 코미디 프로그램과 같은 구성 일색으로 채워나가는 제작의도가 만연해 있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0시의 재즈`가 지니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한 시간 동안 소개되는 음악을 바로 자신의 업으로 삼고 있는 섹소포니스트 이정식씨의 위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우리나라 재즈의 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린 소중한 인물이며 어느새 후진 양성이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떠 안고 있는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다.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는 일. 그러나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이 명제를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또 다른 삶의 태도는 어떠한가. 지난 7년 동안 `0시의 재즈`가 택해온 길이 바로 그것이었으며 이렇듯 여유 있는 관조의 시선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잊지 않기 바란다. `0시의 재즈`는 격변하는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오로지 음악을 기반으로 그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노력을 통해 FM 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