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 4집 - Yellow Butterfly (2009) by 꽃별 (Instruments) on maniadb.com

바람이 분다
흙냄새를 품은 바람이 분다
빈 나뭇가지도 바람을 품고
죽은 벌레들이 먼지가 되어 바람을 타고 난다
산 사람들은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그리움의 바람이 분다

비에 쫄딱 젖어서 들어간 낡은 숙소엔
아무도 없고 플라맹고만이 흐르고 있다
음아게 취해 그리움에 찔끔 거리고 있자니
나무 신발을 신은 아저씨가 계단에서 내려오며 춤을 추었다.
혼자서,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안고 있는 것처럼

숲의 정원으로 난 사잇길을 따라 걷는다
사월의 숲은 포르스름한 안개 속에 있다
보드라운 흙의 촉감에 발끝이 감미롭다
촉촉한 이끼와 싱싱한 꽃냄새가 나는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고 귓볼에 머문다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숲의 정령이 깨어나 속닥거리고, 파란 하늘엔 새들이 난다
바람소리, 벌레와 새들의 날개짓 소리, 정령들의 휘파람소리가 어울려 노래가 된다

머나먼 옛날, 왕국은 잠들지 않았다.
늘씬한 말들과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병정, 찬란한 깃발들이 성을 지키고
화려하게 장식 된 방엔 왕과 공주들이 살았다.
성 밖에는 떠들썩한 장이 서고, 귀여운 사내아이들이 닭을 잡으려 뛰어다녔다
그 성 꼭대기의 부서진 창틀에 앉아 일기를 쓴다
아주 오래전 이 방의 주인도 창틀에 몸을 기대고는 했겠지
영화는 사라졌지만
성은 남았다. 조금 부서진 채

사랑해야해
사랑하지 않는 시간은 가치가 없어
이끌림에 대해 민감해져야해
나를 부르는 것들에 관대해져야해
유혹하지 않는, 유혹 받지 못하는 영혼은
뛰기를 멈춘 심장과도 같은 거니까
온 가슴으로 온 몸으로 사랑해야해
그것만이 아름다울 거야
그것만이 빛을 잃지 않을 거야

나는 걸었고
나는 지쳤고
나는 부탁했고
결국 노랑나비는 내게 왔다

노랑나비는
사뿐하고
아름답고
무심했다
그리고 그 노랑나비는
내가 길을 걸은 이유가 되었다
노랑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길 위의 모든 이들이 다른 모든 이들을 축복한다.
"Buen, Camino! "

낯선 곳에서 축제를 만나다
같은 걸 마시고 먹고, 같은 노래를 듣고 손을 잡고 춤춘다
함께 소란을 떨고 소리 내 웃는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좋아합니다
가슴속에 어떤 부끄러움 없이, 그 어떤 이유도 없이
열정에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뒤돌아보지 않으며
눈동자 저 너머로 언제나, 항상 더
사랑합니다
바람에 맞서 싸워 날기 위해 바다의 아름다움을 알아 가리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중력의 힘조차 없이 자유로움을 느끼며

언제나, 항상 더 사랑합니다

'오름'들의 섬에 서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
바람이 멈추는 곳
삼나무 향기와 노루 똥
설문대 할망과 날개 달린 장수의 전설
바닥이 없다는 연못이야기
'오름'은 제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제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