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호흡까지 숨죽이며 귀 기울이게 하는 깊은 울림의 보이스, 한희정
더더와 푸른새벽을 거쳐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의 빛깔을 띤 음악으로 한걸음 더 다가간 EP [끈]
수줍은 소녀의 설레임 같은 봄의 향기를 담은 ‘솜사탕 손에 핀 아이’
2001년 밴드 `더더`의 보컬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래, 한희정은 2003년 포크 듀오 `푸른 새벽`을 통해 일상에서 느껴지는 흔한 느낌들을 어쿠스틱하면서도 몽롱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에 담으며 많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존재감있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2008년 발매한 첫 솔로 앨범 [너의 다큐멘트]에서 들려준 한희정의 맑은 음색과 섬세한 감성을 담은 멜로디는 앞으로 그녀가 들려줄 음악을 기다리게 하는,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앨범 발매 전 ‘Acoustic Breath’ 콘서트를 통해 이미 기타와 건반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만으로도 아름다운 울림으로 감동을 주는 방법을 알았던 한희정은 EP [끈]으로, 기타 멜로디와 부드러운 보이스가 서로를 잠식하지 않고 공명하며 편안하면서도 깊게 여운을 남기는 한희정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준다.
첫 트랙인 ‘Acoustic Breath’는 한희정이 들려주고 싶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이야기한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고민과 대답없는 질문들 속에서도 결국 친근한 그녀의 어쿠스틱 기타와 깊게 큰 울림을 전달하는 목소리, 그리고 작게 내쉬는 acoustic breath가 터져나올 때, 맨발로 까슬까슬한 모래사장을 걷는 것처럼 기분 좋은 자유스러움이 느껴지는 한희정의 음악이 완성된다. [끈]은 쉽게 끊을 수 없어 여전히 얽혀있는 마음들, 가느다랗게 이어진 서글픈 인연이 종이에 베인 상처처럼 슬픈 곡이다. 소근거리는 멜로디 사이로 아쉬움 가득한 트랙 ‘오늘만’은 1분 30초의 짧은 길이처럼 서둘러 흘러가버리는 밤 그녀의 말처럼 ‘지구는 둥글고 밤은 여전히 아름다우니까’ 아쉬움을 모른 척 하기란 쉽지 않다.
장난기어린 한희정의 보컬이 발랄하게 담긴 타이틀 곡 ‘솜사탕 손에 핀 아이’는 수줍은 소녀의 고백처럼 두근거리는 곡이다.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솜사탕처럼 달달한 설레임이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처럼 따뜻하게 담겨있다. 맨살에 닿는 바람처럼 무반주의 서늘한 보컬로 시작되는 `멜로디로 남아`는 파스텔뮤직의 2008년 연작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Chapter.2 : This is not a LOVE SONG>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넬`의 김종완이 피쳐링에 참여했다. 어딘가 모르게 닮은 듯 다른 둘의 목소리는 뿌리는 다르지만 서로 얽혀있는 연리지 나무처럼 슬프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공유한다. 특히 김종완 특유의 처연하도록 슬프게 울리는 보이스는 더욱 짙은 슬픔을 남긴다.
화려하게 덧붙여 꾸미지 않아도 작은 호흡마저 숨죽이며 귀기울이게 하는 한희정의 EP [끈]은 늦은 오후 방안에 길게 늘어선 햇빛처럼 서서히 스며 들어와 깊게 울리는 멜로디를 가득 채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