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나무에 달린 자]를 통해 조.준.모.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하게 된 사람들에게 이번 2집 [예가]의 출시는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다. 솔로 음반 없이 다른 사역자들의 음반에 게스트로 참여하며 여러 곳에서 목소리를 드러냈던 그가 데뷔 음반을 들고 나왔을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참으로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욕심이, 나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보까지 단 두장의 앨범뿐이지만, 음반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반가울 수 있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기대를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사람에게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일 것이다. 그 사람이 음악인일 경우는 특히 더. 어떤 기타 연주를 듣고 연주자가 누군지 짐작할 수 있고, 어떤 곡을 듣고 그 작곡자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만의 특별한 장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만의 독특한 색깔이 드러나기 때문이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우린 독특한 색깔을 인지하고 기억함으로써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되고, 결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호감도를 높이게 될 가능성이 늘어난다. 그러니 음악인들에게 나름의 색깔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인 것이다. 조준모의 음악도 그렇다. 잠시 스쳐들어도 각인이 될 만큼 깊은 목소리는 많은 수의 보컬 속에서도 단번에 그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곳에서도 절대 곡 밖으로 튀지 않는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2집은 여전하다. 간결하고도 정갈한 가사도 그렇고, 그 간결하고 정갈한 가사-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한 가사일 수도 있는 곡-에 무게를 실어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물론 여전히 보컬 톤은 호소력 있고 깊이가 느껴진다. 1집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2집은 새롭다. 우선 악기 사용을 자제한 미니멀한 음악이 눈에 띈다. 흔히들 ‘미니멀하다’고 하면 속이 비었거나 무언가 부족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그 편견을 깨주길. 피아노와 보컬만으로 이뤄진 ‘주여 내 소망’, ‘주 날개 밑에서’와 피아노 반주에 현악만 얹은 ‘보리떡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 ‘그분 거기 계시리니’ 그리고 ‘시편 23편‘까지, 11곡의 수록곡 중 이미 5곡의 악기 사용은 정말 미니멀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속이 비어보이거나 부족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잔잔한 반주와 꽉 찬 보컬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숨을 들이쉬게 만든다.
물론 1집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시편 84편’ ‘예가’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를 추천한다.
또 하나의 새로운 점은 ‘퍼스널 워십’ 스타일의 곡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곡들이나 음반들을 자세히 본 사람들, 그리고 그가 직접 쓴 곡들을 계속 봐왔던 사람이라면 어쩌면 눈치를 챘을 지도 모르겠다. 아티스트 조준모는 예배하는 사람이고, 예배를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이런 변화가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이렇게 새로움과 익숙함 속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곡들을 직접 불러보는 것이었다.
송정미 2집에 수록된 ‘주 날개 밑에서’와 송정미 4집에 수록된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그리고 역시 송정미 4집에 수록된 ‘보리떡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까지 이미 낯익은 제목들이다. 하지만 조준모의 느낌으로 다시 불러지니 또한 새롭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아 안정감 있는 곳에 서 있을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 곳에서 예수님을 노래할 줄 아는 사람. 조준모라는 사역자는 바로 그런 사람인 것만 같다.
각자의 음반을 낼 때마다 품앗이처럼 달려가 풍성한 음악을 만들어주는 친구 강명식, 이길승의 게스트 보컬도 깜짝 선물. 이들의 품앗이는 서로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흐뭇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
‘예수님은 나의 노래, 예수님은 나의 집, 예수님의 나의 길’이라는 고백을 담은 이름 [예가]. 예가는 그의 두 번째 음반의 이름인 것과 동시에 둘째 아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들이 이 고백처럼 그의 인생에서 그의 노래가 예수님이고, 그 마음의 집이 예수님이고 그의 갈 길이 곧 예수님이기를 기도하면서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는 아빠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고백한다.
나는 믿는다. 그의 아들 예가도, 그리고 예가를 부르는 그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예가]를 듣고 부르는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강력한 믿음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님이라는 한 길에서 모두 만나게 되면 정말 좋겠다.
Written by 안은주 (CBS 방송작가, 칼럼리스트)
사실 ‘CCM 아티스트 조준모’라는 말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CCM 가수 조준모’, 혹은 ‘음악인 조준모’ 보다는 ‘사역자 조준모’, 그도 아님 ‘예배자 조준모’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건 그가 그동안 참여한 앨범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조준모’라는 이름 석자에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
예수전도단, 부흥, 박종호, 송정미, 신상우, 송명희와 친구들, 그리고 예수원 가는 길.....
대부분 참 독특한 색깔(?)이 있는 앨범들이다.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주었지만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그러고보면 꽤 많은 앨범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이름을 걸고 나온 앨범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역을 시작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가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지도 한참이나 된거 같다.
이제서야 그 숨겨두었던 이야기의 한자락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껏 숨겨두고 오래 묵은(?)이야기들이여서 그런지 노랫말 한구절 한구절이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가볍게, 그냥 지나쳐 가는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얘기가 아니다.
가사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으면 누군가의 일생이 떠오를만큼...
그저 한두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그분의 삶.... 그 삶을....
깊은 묵상과 오랜 다루심 끝에 뱉어진,
고르고 고른 단어들로 표현한 이 노래들은
Modern Rock이라는 장르의 거친 느낌을 빌어 한층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조준모의 vocal을 이렇게 표현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물 먹은 두툼한 종이에 스며드는 잉크를 연상케 하는 음성’이라고...
그 글을 읽으면서 “참 그렇구나”하는 느낌을 가졌었다.
이번 앨범 “나무에 달린 자(Hung on the tree)"는 이러한 조준모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는 앨범이다.
생활의 무게로 두터워진 우리 마음에 정면으로 도전하지는 않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 강한 메시지로 우리를 물들이게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