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이어가는 명반의 행진.
Edguy - Rocket Ride
밴드라는 음악적 유닛(Unit)은 - 개개인 멤버들의 단순한 모임이 아닌 - 그 자체로 새로운 생명을 가진 개체가 된다.
즉 인간의 삶과 같이 탄생과 성장, 그리고 노쇠와 사망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흐름의 깊이와 그것이 내뿜는 호흡의 길이는 밴드가 가진 음악적 역량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밴드는 음악적 신념과 의욕으로 가득한 젊은이들에 의해 탄생하여, 지속적인 음악적 발전으로 인해 팬들에게 인기를 얻어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창조력의 고갈과 멤버간의 불화등 내,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음악적 정체기를 맞게 된다.
이 시기가 지난 밴드들은 해체되거나, 개개인의 솔로 활동에 전념하거나 혹은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모든 역경과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팀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이러한 밴드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 유러피언 헤비메탈 씬에서 볼 수 있는 밴드들의 다양한 모습은 세대교체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유러피언 메탈의 양적, 질적인 팽창을 가져온 헬로윈(Helloween)과 감마레이(Gamma Ray)의 음악적 노쇠 - 이 부분에 대해서 이견을 가지신 팬들도 있겠지만 이들의 음악적 전성기가 지났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 와 그들을 이어 멜로딕 스피드 메탈에 바로크적인 어프로치를 더해 큰사랑을 받았던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 역시 멤버간의 불화와 음악성의 변화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잃고 있다.
국내 팬들에게 큰사랑을 받았던 랩소디(Rhapsody)도 예전만큼 큰 매력을 가진 팀이 되지 못하고 있고 유러피언 메탈계에 유행처럼 번졌던 여성 보컬리스트의 시발점이 된 타르야(Tarja Turunen)를 잃은 핀란드의 국민 밴드 나이트위시(Nightwish) 역시 다음 앨범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렇듯 대 밴드들이 분명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금 현존하는 밴드 중 가장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팀은 누구일까?
그러한 팀으로 에드가이를 꼽는데 이견을 가지신 분들은 없을 듯하다.
1995년 [Savage Poetry]로 데뷔한 이래 2004년 [Hellfire Club]에 이르기까지 밴드가 보여준 지속적인 발전과 정열적인 활동은 이들을 현존하는 최고의 밴드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그리고 정통 메탈의 파워풀함에 유러피언 메탈이 가진 다이나믹하고 캐치한 멜로디를 첨가한 음악으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온 밴드의 모습은 새해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앨범 [Rocket Ride]는 에드가이는 여전히 젊은 밴드이고 음악적 최정점에서 자신들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밴드임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주는 작품이다.
먼 훗날 이들의 전성기 시절 대표 앨범으로 꼽힐 또 하나의 명반인 것이다.
[Rocket Ride]의 발매에 앞서 미리 소개되었던 미니앨범[Superhereos]는 “역시 에드가이!!!”나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진 작품이었다.
그만큼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마련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만 그러한 기대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완성도를 지닌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이다.
앨범의 서두는 놀랍게도 8분을 넘기는 긴 런닝 타임을 가진 “Sacrifice”이다.
이런 대곡은 앨범의 중후반에 담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담하게 앨범의 첫 곡으로 실은 것은 그만큼 그 완성도에 자신이 있어서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무거워지고 다소 스트레이트해진 앨범의 성격을 잘 나타낸 곡이다.
와와 패달을 이용한 멋진 솔로에 특히 관심이 가는 타이틀 트랙인 “Rocket Ride"는 격정적인 도입부와 희망적인 느낌의 코러스등 에드가이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작품이다. 세 번째 트랙인 ”Wasted Time“는 선이 굵은 멜로디 라인과 탄력적인 리듬파트의 연주가 아이언 메이든의 곡들을 연상시킨다. 공간감이 빼어난, 중독성 강한 곡인 ”Matrix“는 미들템포이면서도 다이나믹한 느낌을 주는 이색적인 곡이라 말하고 싶다.
“Return To The Tribe”의 시종일관 질주하는 드러밍이 전해주는 통쾌함을 지나 등장하는 “The Asylum”는 제목처럼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광기가 느껴지는 육중하고 스산한 느낌의 트랙이다. 멜로딕 하드락 밴드들의 곡을 연상시키는 “Save Me”는 공연장에서 연출될 캔들 스틱의 물결과 거대한 합창이 절로 연상되는 트랙이다.
80년대 정통 메탈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Catch Of The Century”와 빼어난 멤버들 간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Out Of Vogue” 등 앨범 내에는 단 한곡도 흘려들을 만한 트랙이 없다. 다음 곡은 이미 싱글로 발표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Superhereos"으로 전형적인 에드가이 곡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인 트랙이다.
에드가이 음악이 지닌 가장 큰 미덕 중에 하나는 어느 한 가지 스타일이나 구성에 경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앨범에 참으로 다양한 느낌의 곡들이 나름대로 에드가이 스타일이라는 명제 안에서 통일성을 갖고 담겨있다는 것인데, 흡사 어느 친구의 생일파티 현장을 연상시키는 유쾌한 곡인 “Trinidad” 역시 그러한 이들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시작서부터 상당부분 80,90 연대 정통 메탈에 음악의 한 축을 둔 에드가이지만 이 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더해진 느낌이다. “Fucking With Fire" 역시 그러한 호쾌하면서도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운드로 채워진 작품이다.
정규 트랙은 여기서 끝나지만 반갑게도 국내반에는 세 곡의 보너스트랙이 들어있다.
사실 정확히는 일본반에 실린 보너스 트랙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어쨌든 이들의 곡들 더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는가!
이런 면을 보면 적어도 음악적 면에서만큼은 일본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첫 번째 보너스 곡은 [Theater of Salvation] 앨범에 실린 “Land of the Miracle"의 라이브 트랙이다. 특유의 서정적인 면은 물론 이 곡의 백미라 할만한 깊이 있는 기타 솔로의 매력이 한껏 빛을 발하고 있는 트랙이다.
다른 여타의 밴드들의 앨범과 달리 에드가이 앨범의 보너스 트랙을 듣다보면 팬들을 위한 말 그대로 “보너스”적인 면과 함께 밴드 스스로를 위해 할애된 부분도 많이 느껴진다.
즉 밴드 스스로를 위한 곡들이란 느낌이 든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경우가 [Hellfire Club]의 발표 이전에 소개된 미니 앨범[King of Fools]의 “Life and Times of a Bonus Track"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범람하는 불법 복제와 파일 공유 등에 대한 불만을 보너스트랙을 의인화하여 나타낸 곡으로 에드가이 특유의 블랙 코메디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Lavatory Love Machine” 싱글에 실렸었던 곡인 “Reach Out"은 스스로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아티스트로서의 삶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나타낸 곡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더욱 정진해 나가자는 다짐 역시 잊지 않고 있는 감동적인 트랙.
마지막 보너스 트랙인 “Lavatory Love Machine”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 보너스 곡이다.
즉 자신들이 만든 곡이 가진 그 자체의 매력을 스스로 뽐내는 작품인 것이다.
본 어쿠스틱 버전 역시 “Lavatory Love Machine” 싱글에 실려 있는 트랙으로 디스토션 기타와 파워풀한 드러밍 없이도 확실히 매력적이고 잘 만들어진 곡이라는 것을 어쿠스틱 사운드를 빌려 과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스피드보다는 안정적인 구성과 완성도에 주안점을 둔 작품으로 전작들에 비해 정통 메탈적인 느낌을 주는 트랙들이 다수 포진되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또 한발의 발전을 이루어낸 에드가이의 발전상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언젠가는 에드가이도 과거의 밴드가 되고 팬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신보를 선사하지 못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 아직은 그 때가 확실히 아니다.
여전히 에드가이는 발전하고 있고, 최고의 전성기에 있다.
동양 전통 철학에서 미덕으로 삼는 항목 중의 하나로 중용(中庸)이란 것이 있다.
어느 쪽으로나 치우침이 없고,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알맞은 것을 의미하는 말로 에드가이의 신보는 바로 이 중용의 도(道)를 잘 지킨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강렬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헤비하면서도 답답함이 없다. 또한 멜로딕하면서도 곡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빠른 곡들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사운드를 담은 작품이다.
에드가이의 앨범이 쉽게 질리지 않는 것은 바로 그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좋은 음악이란 굳이 이성적으로 그 구성과 완성도를 생각하지 않아도 청자의 귀와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드가이는 적어도 당분간은 음악적으로나 그 대중적 인기에서나 하향곡선을 그리거나 팬들을 실망시킬 일은 없을 듯하다. 로켓을 타고 우주를 향해 솟아오른 이들은 여전히 유러피언 메탈의 미래를 양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젊은 밴드이다.
그리고 그 로켓이 얼마나 튼튼한 것인지는 이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