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내가최고-요즘 가장 잘나가는 라이브가수 곽도일
“92년인가요, 고 2 겨울방학 때였습니다. 라이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날라리 친구에게 놀러갔었는데요. 카페 사장님이 제 노래를 듣고는 단번에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습니다. 하루 30분 노래에 월 18만원이라는 조건으로요. 그게 제 가수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보통의 대중가수들이 그랬듯이 라이브 가수 곽도일도 축복 속에 가수가 된 것은 아니다.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생일선물로 기타를 사준 것을 십 수년간이나 후회해야만 했다. 그날 이후 아들이 기타에서 손을 뗀 날이 없을 정도로 기타에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있을까. 아버지는 결국 아들의 음악열에 손을 들었다. 지금은 머리 빗질까지 챙겨주는 부인 이수미씨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세 살바기 딸 시현이 다음가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이제 30대 초입에 선 그 아들은 대전의 라이브계 톱가수로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맹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에서 가장 바쁜 라이브 가수, 그래서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라이브 싱어, 그가 곽도일이다.
곽도일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림동에서 오래 살았고, 난향초, 남강중, 남강고를 나왔다. 기독교 집안이었기 때문에 성가대를 통해 음악과 친숙했다. 너무도 기타를 배우고 싶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생일선물로 받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카투사로 복무한 군대시절을 빼고는 20여 년 동안 손에서 기타를 놓은 적이 없다.
원래 부모님 고향이 충청도였고, 대전에 이모님이 사시는 연고로 한남대에 입학(94학번)하면서 대전과 인연을 맺었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법은 저 멀리에 있었고, 곁에는 온통 음악뿐이었다.
이때부터 곽도일의 음악적 끼와 재능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발산된다. 대전산업대, 목원대, 배재대 등 지역 대학에서 개최되는 가요대회에서 잇달아 대상을 휩쓸었다. 급기야 대전MBC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중파를 타면서 음악적 환희는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95년 MBC대학가요제 대전·충남 예선에서 2등에 머물면서 본선 진출에 실패,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았다. 그 충격이 너무 컸기에 음악을 접고 그 흐트러진 몸을 국가에 맡겼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 법. 곽도일은 군 제대 후 마음을 추스르고 본격 라이브 가수의 길을 걷는다. 예전과는 달리 사회적 인식이나 경제적 대우도 좋아졌고, 일거리도 많아졌기에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음악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곽도일이 현재 나가는 클럽은 네 군데. ▲유성 다릿골(저녁 7~8시) ▲중리동 옹기꼬방(저녁 9시) ▲신탄진 신라의 달밤 7080(저녁 10시) ▲둔산동 지직스 (저녁 11시)에서 그를 볼 수 있다.
또 주말 낮 2시에서 4시 쯤에는 대전동물원 야외음악당에서도 2년째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를 만날 수 있다. 보통 클럽에서 지급하는 라이브 가수 보수는 하루 30분씩 한 달에 100만원에서 150만원정도라고 한다.
곽도일은 클럽이 문을 닿는 낮에는 초등학생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기타 레슨을 해주고 있다. 현재 가르치는 학생은 7명이다.
여기에 대전교통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음악퀴즈를 진행한 적도 있고, 현재 현대자동차나 KTF와 같은 대기업의 판촉행사에 고정 초청가수로 뛰고 있다. 또 논산딸기축제, 여주 도자기축제 같은 지역축제에도 빠지지 않고 초대를 받고 있다. 한번 나가면 70, 80만원선. 꽤 짭짤하다.
이쯤 되면 수입이 궁금해진다. “일반 직장처럼 일이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많다가도, 한두 건도 없을 때도 있고….” 살짝 꼬리를 내린다.
곽도일은 이제 여느 라이브 가수 선배들처럼 사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웨딩이벤트, 노래교실, 음악학원, 이벤트사업 같은 분야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노래를 해야 한다.
“공연문화가 발전되려면, 대중들의 문화를 보는 시각이 조금은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나, 연주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보다는, 음악 그대로를 즐길 줄 아는 마인드 말입니다. 격려의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 공연문화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의 꿈을 접은 대신, 대전 라이브계의 황제를 꿈꾸는 가수 곽도일. 기타 하나 달랑 둘러메고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뛰는 그에겐 이미 그 꿈이 이루어져 있는 지도 모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