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강, 땅, 바람 그리고 달과 숲 감정의 자연 치유 (natural healing)!
1집과 2집 사이가 8년이라는 것은(중간에 소소한 활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새 앨범을 기다리는 팬의 입장에서 건강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뮤지션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개인적인 창작의 문제가 있었는지는 청자는 알 수 없다. 단지, 노래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조동익, 장필순이 활동하던 전설적인 음악 공동체 하나음악의 마지막 젊은 피로 수혈된 오소영의 첫 앨범 [기억상실]은 독특한 서정성으로 청자의 귀를 사로 잡았다. 오소영의 두 번째 앨범은 그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게 들리면서도 많이 다르다. 그동안 국내 뮤직씬이 다르게 변한 것 같지 않으면서도 많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한 고우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대로다. 셀프 프로듀싱 덕에 사운드는 보다 단아해졌다. 지난 앨범이 외로움과 고독, 상실의 정서를 담았다면 이번 앨범은 그런 모든 감정의 자연 치유를 다룬다.
외로움과 갇혀 있던 내 영혼은 바다 위로 날아오르고 '검푸른 수면 위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그대를 찾아 헤맨다 '끝없는 날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는 먼 길 '그만 그 말 그만'을 걷다보면 지워지는 하늘과 끝이 없는 오솔길 '숲'이 나온다. 그리고 긴 여정의 끝에는 짙푸른 강물 위로 지친 새 한 마리 날아들며 비로소 '아름다운 너'를 만난다. 앨범을 듣다보면 북유럽의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 게임의 험난한 여정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중간에는 날 삼켜버린 긴 어둠 '돌이킬 수 없는'도 있고, 진실한 사랑을 찾아서 헤매기도 한다 '난 늘 왜 이리도'. 이 여정에서의 슬픔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기쁨도 기쁨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감정은 숲과 강, 바다와 들판을 지나면서 스스로 치유된다. 이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봐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노래 한곡으로 앨범을 평가하기에는 지난 8년 동안 오소영이 겪었을 법한 여정은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가장 긍정적인 노래인 '아무도 모르게'도 노래 하나만 들으면 단순하게 들리지만 앨범 전체 속의 한 곡으로 들으면 슬픔과 체념뒤의 긍정이란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발라드 '그만 그 말 그만'도 한곡으로 들으면 청승맞지만 앨범 안에서는 기나긴 여정 속에 하나의 아픔일 뿐이다. 우리는 여주인공이 그 슬픔을 극복하리라는 것을 알고, 마지막곡 '아름다운 너'에서의 무아지경에 빠지는 기타솔로에서 그걸 확신할 수 있다. 대중음악이 점점 소비적으로 변하고 인디 씬마저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이 때에 오소영 2집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감정의 자연 치유 작용은 음악이 과연 청자에게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는 음악 본연의 기능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하게 한다. 팬으로서, 8년동안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서진(소설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