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바가 있다. 일주일에 두어번 들르는, 종종 혼자 가서 술 한잔 앞에 두고 책을 읽어도 아무렇지 않은 그런 술집 말이다, 라는 말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에 한해서라면. 몇년 전, 그러니까 2003년 가을 그는 자기 심장에 칼을 박아 넣었다. 이 뉴스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다양한 의미에서) 1990년대를 상징하던 젊은 음악가가 자살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마지막 순간을 위해 선택한 것이 '스테이크용 칼'이었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아마도) 가장 대중적인 곡일 그의 "Between The Bars"를 들으면, 그래서 항상 별로 예리하지도 않았을 낡은 레스토랑 칼이 떠오른다. 그것은 다소 우습기도 하면서 소름 끼치는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