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자들에 대한 유쾌한 도발’
‘참을 수 없는 광란의 즐거움’
‘노 식스팩 온리 원팩 짐승돌’
지난 2007년 몇 명의 치과의사들이 모여 느닷없이 락 밴드를 해보겠다고 나섰다. 이름도 괴상하여 ‘이빨스’라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불러대던 노래들도 무척이나 특이했더라는 기억이 난다. 이듬해에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열정(Appassionato)”을 발표한 이후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싶기에 ‘결국 이 요상한 밴드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온 것처럼 괴짜 밴드 ‘이빨스’가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이번에 발표한 ‘이빨스’의 3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의 제목은 . FUN RUN이 무슨 뜻인가 찾아보니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달리기 행사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밴드 결성 직후부터 불우청소년 돕기 자선 콘서트를 열어왔던 이빨스 멤버들이 늘어나는 뱃살 관리를 위해 이제 달리기 행사에도 참여할 모양이다. 물론 이들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FUN) 달려가는(RUN)’ 음악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 의 컨셉은 한 마디로 ‘일상 생활 속에서의 즐거움’이다. 물론 이 사회에 대한 거대 담론을 제시한다거나, 아니면 오랜 시간에 걸친 내면 성찰을 통해 얻어낸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준다거나 하는 것은 애당초 ‘이빨스’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긴 하지만, ‘이빨스’가 나름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이빨스’의 투박한 스타일대로 어눌하게나마 전달하려 했던 지난 두 장의 디지털 싱글 앨범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최소한의 메시지마저 생략해버린 느낌이 든다. 그저 뻔해 보이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재미들을 ‘이빨스’ 특유의 빠른 비트에 버무려내고 있을 뿐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이빨스’ 멤버들이 연습을 마치고 나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과 함께 먹는다는 후라이드 치킨. 그 동안 이들이 먹어 치운 치킨이 얼마나 많을지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오늘의 ‘이빨스’가 있기까지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던 수많은 치킨들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노래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역시 이빨스답다. 또 하나의 수록 곡 <천하무적 쩍벌남> 역시 범상치 않다.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온 세계로 쩍벌 문화를 전파해나가는 쩍벌남들에 대한 최고의 헌정가라고 한다. 마지막 곡 <자뻑클럽>은 멤버들이 다같이 거울을 바라보면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멤버들의 교체 횟수만큼은 세계 최고의 락 밴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고 자부하고 있는 ‘이빨스’는 현재 원년 멤버 3명이 남아서 팀을 꾸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울트라 멀티 태스킹 모드를 가동 중이라고 한다. 드럼이야 그렇다 치고, 기타를 치면서 키보드를 만져줘야 하고, 또 노래하면서 베이스 기타를 쳐줘야 한다. 그래도 좋단다. 부족한 연주 실력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좋은 핑계 거리가 된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이 추운 겨울날, 죽지도 않고 또 와버린 막장 밴드 ‘이빨스’가 도대체 어디까지 갈 건지 한번 무관심하게 지켜보는 것도 정히 심심하신 분들에게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