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고개청년회 상업음반 시리즈 No. 17
속 깊고 아련한 옛 기억의 노래 코스모스 사운드 ‘스무살’
뮤지션 ‘코스모스 사운드’
2007년 무렵 클럽 ‘빵’에서 ‘아직은 미완성 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최윤석은 신변 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후 3년 여가 흐르는 동안 과연 음악을 계속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하던 중 그의 음악이 묻혀 있는 것을 안타까워한 지인의 충고에 힘입어 다시 음악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하여 2011년, 십대 시절 큰 영향을 받은 밴드인 코스모스로부터 이름을 따온 ‘코스모스 사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평소 듣는 음악의 좋은 부분으로부터 두루 영향을 받는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코스모스 사운드의 음악은 통기타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로파이(Lo-fi)한 질감과 80년대 가요를 연상케 하는 대중적인 멜로디 감각을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풍부한 공간감을 가지고 있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담백한 청승의 기운은 그만이 자아낼 수 있는 고유한 느낌이다.
EP ‘스무살’
‘아직은 미완성 밴드’라는 이름으로 홀로 음악을 하고 있던 최윤석을 처음 만난 것은 2007년의 일이었다. 외형적으로는 ‘통기타를 치는 솔로 싱어송라이터’가 넘쳐나던 당시의 유행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렇게 분류하기는 어딘가 초점이 어긋나 있었다. 영미 음악의 영향권 아래서 내면에 침잠하여 감정을 다스리는 ‘모던함’이 중심을 장악하고 있던 때, 감정을 과잉하게 표현하며 예전 시절의 가요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그의 노래는 분명 유행과는 다른 것이었다. 붕가붕가레코드를 만들고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음반을 만들었던 그 무렵부터 품고 있던 지향, 특정한 스타일을 높은 기술적 완성도로 구현하여 유행의 중심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주변에 머물더라도 노래 자체의 힘으로 독자적인 감수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우리가 그를 비슷한 범주의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은 이러한 이질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던 당시의 상황 탓에 그의 음반 작업은 표류하게 되고 그 사이 그는 일신상의 이유로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그의 작업들이 예정 없이 잠들어 있는 사이 많은 고민이 있었다. 예전 작업에 연연하고 있다가는 더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두 폐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반면 제대로 정리를 하려면 어쨌든 하나의 음반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의 선택은 후자였다. 그리고 덕분에 이 음반은 4년 늦게나마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20대 이후 4트랙 테이프레코더에 별다른 가공 없이 담아 온 그간의 작업 중에 가장 의미 있다 생각되는 노래들을 7곡을 골라 수록했다. 타이틀곡의 제목이기도 한 ‘스무살’이 이 음반의 정서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적잖은 시간을 거쳐 축적되어 온 흔적이 별다른 가공 없이 꺼칠한 사운드에 오롯하게 담겨 있다. 음반의 프로듀싱 및 작사/작곡, 연주 및 녹음은 모두 최윤석이 스스로 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프로듀서이자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인 덕원이 믹싱 및 마스터링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표지 디자인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새로운 디자이너인 박상민의 작품이다.
쑥고개청년회의 ‘상업음반 시리즈’
‘쑥고개 청년회’는 발원지인 관악구 봉천동 쑥고개에서 이름을 따 만든 붕가붕가레코드의 산하 레이블로 수공업 소형음반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음반 시리즈’를 주요한 상품으로 한다. 핵심 기조는 크게 두 가지: 1. 효율성을 위해 팔리는 만큼만 손으로 찍어내어 절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2. 경쟁력을 위해 다른 데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을 담아낸다는 것. 이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대중의 취향을 열심히 따라가는 (그래서 돈이 많이 드는) 기획 마인드보다는 아티스트의 재능에 기대어 상업 음악의 범주를 널리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