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 [충전]
1.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좀 덜 멋있더라도 솔직하게 만들고 싶어요.'(보컬, 황인경)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폭력 속에 살고 있다. 서로 속이고 속이는 정치적 구호들, 무의식까지 침투하는 TV의 영향력,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사회의 시선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은 말초적 자극, 과장된 감정의 강요 같은 형태로 대중음악에도 잠재해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내츄럴'을 중시하는 전기뱀장어의 멤버들이 만드는 음악은 한눈에 현혹되는 그런 음악은 아니다. 화려한 기타 솔로도, 뛰어난 가창력도 찾기 힘든 그들의 음악을 우리가 다시금 찾아 듣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움 속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들으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즐거움이야말로 '음악音樂'의 본질에 가까운 게 아닐까.
2. About 전기뱀장어
[충전]은 2009년 겨울 결성하여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전기뱀장어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평소 서로를 루저라고 인식하고 있던 멤버들이 하나 둘씩 모여서 노래를 한 두 곡씩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더니, 라이브클럽 공연을 시작하고 급기야 첫 번째 EP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전기뱀장어의 리더이자 기타를 치고 있는 김예슬은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저희가 키 크고 잘생기고 잘나갔다면 이런 노래들은 못 만들었을 거에요.' 일상에서 느끼는 열등감과 패배감, 소소한 기쁨 같은 감정들은 그들이 세상을 솔직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확실히 엄청 멋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정도 가고 편안하며 사랑스럽다.
3. 전기뱀장어는 충전 중
[충전]의 레코딩은 우연한 기회로 국가 지원 기관인 문래예술공장에서 2010년 여름 진행되었다. 당시 자금난으로 인해 녹음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기뱀장어 멤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금을 보상받은 기분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앨범에 실려 있는 곡은 모두 다섯 곡이다. 세상 모든 패배자들을 위한 송가 "너의 이빨"과 때론 즐겁고 때론 힘겨운 일상 속에서 오늘 같은 날 함께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자는 독특한 가사의 타이틀 곡 "스테이크"가 앨범의 초반부를 흥겹게 이끌고, 이어지는 "비밀"에서는 독백조로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가 자못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팽팽하게 이어지는 감정과 그 폭발이 표현된 "자외선"과 곡의 대부분을 연주로 채운 "구조지질학"을 듣고 나면 앨범은 끝이 난다. [충전]에 실린 다섯 곡은 각각 전기뱀장어의 아이덴티티가 담겨있지만, 전체적으로 유기적이지는 못한 느낌이다. 듣기 좋게 말하면 밴드 초기의 장르적 실험이고, 나쁘게 말하면 다소 산만하다고 할 수 있는 구성이다. 첫 번째 EP를 발매하면서 이제 비로소 첫발을 내딛는 전기뱀장어. 뱀장어들의 음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