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여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쾌한 우쿨렐리스트 하찌와 맑은 목소리의 애리가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소박한 남국의 풍경
하찌와애리 1집 <꽃들이 피웠네>
대중음악은 젊은 뮤지션들이 만든 겉보기에 새로운 곡과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퍼포먼스에 주목을 받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베테랑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안정감 있고 질 높은 연주와 확립된 세계관에는 둘도 없는 매력이 있다.
90년대 일본에서 살고, 동갑 친구들과 같이 대중음악에 빠지기 시작한 학생 시절의 내가, <하찌> 즉 ‘가스가 히로후미’의 이름을 동시대적으로 알게 된 것은, 예전에 그가 재적하고 이미 전설의 밴드가 되어 있던 <Carmen Maki & Oz>도 <RC Succession>도 아니고, 일본과 한국 등의 전통음악을 받아들인 락 밴드, <Soul Flower Union>의 걸작 앨범<Electro Asyl-Bop> 프로듀서로서였다. 당시의 나는 그 CD를 닳아 얇아질 정도 듣고, 스텝 크레디트도 구멍이 날 정도 읽었었기에 ‘가스가 히로후미’의 이름에도 자연스레 친밀감이 배어있었다. 자칫하면 매니악해지는 경향이 있는 그 젊은 밴드의 음악이, 듣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던 것은 그의 역할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하찌’는 그 전부터 한국 타악기에 빠져 한국에 이미 많이 방문하셨을 때였다.
대학을 졸업해 보통 일본 회사원이 되고, 곧 옆길로 빠지고 싶어졌던 내가 한국에 겨우 도착했을 때, 하찌 씨는 여러분도 잘 아는 <하찌와TJ>라는 명랑한 노래를 부르는 포크 듀오로서 활약하고 있었다. 하찌와TJ는 ‘하찌’의 프로듀서로서 기술이 유감없이 발휘된 밸런스 좋은 노래들도 물론 좋지만, 단 두 사람만으로 하는 공연이 너무나 좋았다. 두 사람만인데도 여러 소리가 뛰어 나오고, 그리고 각각의 소리가 확실하게 들린다. 춤추고 싶어질 듯한 즐거운 퍼포먼스의 근본에는 ‘하찌’ 의 숙련된 (또한 여유조차 느끼게 하는) 연주력이 있었다.
그런 ‘하찌’의 기대할 만한 새로운 성과가, 이번의 새로운 유니트 ‘하찌와애리’다. ‘애리’라고 하는 젊은 판소리 싱어를 맞이하고 ‘하찌’가 작곡와 프로듀싱, 연주로 참가한다는 구조는 ‘하찌와TJ’의 여성 보컬 판이라고도 생각하게 되지만, 그 곳에는 역시 기쁜 심화를 볼 수 있다.
‘하찌와애리’의 음악에는 각 각의 소리가 더욱 꺾어져 있고 더욱 날카로워져 있으며, 듣는 사람의 귀에 확실히 도착한다. 심플하면서 아름다운 균형이 유지되어 있고, 때로는 하나의 코드만으로 한 곡을 만들어낸다는 등 여기 저기에 여유조차 느껴지는 노래에서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수완을 확인할 수 있고, 물론 숙련된 연주자로서의 측면도 거침없이 만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쁜 것은 코러스로서 ‘하찌’의 보컬을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뜻하고 소박한 그의 목소리는 젊은 힘 넘치는 ‘애리’의 맑은 목소리와 잘 어울리고, Joao Gilberto의 명곡 ‘Izaura’를 연상하게 되는 언제까지라도 듣고 싶은 음악적인 쾌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찌’의 긴 음악생활 도중에 도착한, 경쾌하고 상질(上質)의 팝 뮤직을 바람이 잘 통과하는 방에서 계속 듣고 싶다.
시미즈 히로유키 (자유기고가, 아메노히 커피점 주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