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지만 사랑하기 좋은 목소리…. <조동희>
조동희는 조규찬, 김장훈 등 실력파 뮤지션들의 수많은 음반에 작사가로 참여하며 음악활동을 시작하였고, 한국포크음악의 걸작이라 평가 받는 장필순의 5집 앨범의 타이틀곡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노랫말로 그녀만의 특별한 정서를 주목 받았다.
하나음악 옴니버스 앨범 “꿈”의 작업 이후, 결혼으로 인한 휴식기를 가지던 그녀는
나윤선5집 <Memory Lane>에서 ‘어린 물고기’를 작사 하며, 그 동안 준비해온 작업들에 대한 꿈을 품기 시작했고, 2010년 옴니버스 영화 <로맨틱 무브먼트, 서울> 음악감독, 독립장편영화 <슈퍼스타> 음악감독으로 다시 활동을 재개하며, 9년만에 아무렇지 않은 듯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그녀의 귀환을 기다렸다는 듯, 한 음반에 모아보기 어려운 국내 최고의 뮤지션들이 모였다.
박용준, 고찬용, 함춘호, 김정렬, 신석철, 이명원 등 가장 솜씨 좋은 장인들이자 그녀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오랜 벗들이 직조해낸 그녀의 세계는 서로 잘 알고 소통한 시간만큼 자연스럽다.
무심한 듯 따뜻하게 도시의 잿빛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타이틀곡인 <비둘기>는 경건한 피아노와 함께 흔하지만 잊혀진 새인 ‘비둘기’를 통해 “내 안의 나”를 보지 못하는 지친 우리들의 초상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낙관적인 시선이 담긴 노랫말에 조동익이 곡을 쓴<행복한 여행자>는, 힘있게 질주하는 함춘호의 기타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게끔 손을 내민다.
고찬용의 세련된 편곡이 돋보이는 <나비의 귀향>에서는 새로운 세계로의 비상이 아닌 “따뜻한 집”으로의 귀환에 대한 아련함을 , <그게 나예요>에서는 의도적으로 음정을 뒤틀은 아날로그 피아노 한 대와 깎아내지 않은 거친 노이즈로 듣는 이를 작은 방으로 초대하여, 단단하고 속 깊은 온기로 말 없이 우리의 어깨를 토닥여 준다. “
박용준과의 음악적 궁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 <어린 물고기>는 마치 그녀 스스로의 유년을 반추해내듯 멜로디 사이 그녀의 숨결마저 오선지에 그릴 수 없는 기억들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 어린 물고기가 어떻게 꿈을 꾸고 헤엄쳐 왔는지를 고백하는 것 – 어쩌면 이 한 장의 음반에 담겨있는 모든 이야기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녀는 조동진과 조동익의 동생이다. 그녀의 정서는 두 형제들의 음악과 소통하지만 복제하고 있지 않고, 다만 끝까지 매달려보는 음악적인 완고함만은 닮은 듯 하다.
그녀는 본래 자신이 지니고 있던 충만한 에너지를 잃지 않고, 시간과 생활을 버텨, 이제 “혼자” 노래한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를 듣는 우리는 고요하게 빛나는 그녀의 시간을 통해 다가올 추운 계절을 버텨낼 온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