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로 레이어드 된 어쿠스틱
<수상한 커튼>의 새로운 출발
깊이 있는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인디씬에서 입지를 다져온 <수상한 커튼>이 12월 8일 세 곡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수상한 커튼>이라는 이색적인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김은희. 어쿠스틱 기타 위에 담담한 보컬을 얹어 시를 쓰듯 읊조리는 그녀의 노래에는 강함도 달콤함도 애절함도 강조되어 있지 않지만, 노래의 여백 속에 청자 스스로가 생각을 채우게끔 하는 묘한 공감이 존재한다.
이번에 발표한 곡들에서도 여백 속에 존재하는 공감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묘한 매력은 곡 전반을 감싸고 있는 코러스에 기인한 듯 보인다. 기타, 피아노 선율을 중심에 두고 명료하고 담백하게 멜로디를 그리지만, 메아리가 공간을 감싸듯 겹겹의 코러스가 레이어드 되며 선율의 음악은 공간의 음악으로 변화한다. 전자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감을 어쿠스틱 사운드로 만들어 내는 능력에서 ‘수상한 커튼’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런 특징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빠져들게 하는 수상한 마력으로 작용한다.
커튼 사이로 빛이 내린다...
<수상한 커튼>의 따뜻한 변신 ‘겨울의 끝’
2009년 2월 디지털 싱글 ‘수상한 커튼’을 발표한 뒤 각종 음악 페스티벌은 물론 단편 영화, 연극, 애니메이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등 이미지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수상한 커튼’. 그녀의 이전 곡들에서는 현실에 대한 혼란과 몰아의 이미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곡들의 전반적인 느낌은 안정감과 행복감이다.
춥고 어두운 겨울의 심상을 벗어 던지는 곡 ‘겨울의 끝’에서는 두려움에 갇혀 얼어버렸던 마음이 누군가로 인해 따뜻하게 녹아내린다는 긍정적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당신의 특별한 날 (Dear You)'은 연인에게 보내는 노골적인 사랑의 송가다. 과거의 시간을 돌아보며 상심을 어루만지는 느낌의 ’잠들지 못한 밤‘은 은유적인 표현들이 난해하게 다가오지만 곡이 주는 안정된 느낌은 체념 보다는 추억에 가깝다.
가사의 변화에 걸맞게 사운드와 보컬 또한 좀 더 예쁘게 정돈되었음을 느낀다. 뮤지션 본인의 변화된 감성이 자연스럽게 대중과의 음악적 거리를 좁히게끔 하는 효과를 이끌어 낸 셈이다.
마초적인 록음악들이 지배하던 인디씬은 언젠가부터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각축장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통기타를 무릎 위에 얹고 예쁘게 노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여성 인디 뮤지션들은 싱어송라이터를 넘어 여성 뮤직 디렉터로 성장해 가고 있다. 감성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멜로디와 사운드 속에 수많은 심상들을 담아내는 여성 뮤지션들의 강렬한 매력들...
여신들로 가득한 인디씬이 지겹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음악은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여전히 씬은 다채롭고 풍성하다. ‘수상한 커튼’의 음악을 들으며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남성들의 눈과 귀를 잡는 여신이 아닌, 한국판 ‘릴리스 페어’의 주역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