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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하의 첫 솔로앨범 <ON THE WAY HOME>
서툴고 불완전했던 이별의 복원.
사랑은 끝나도 이별은 지속된다.
누군가 먼저 잠수를 탔던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먼저 해버린 건 어느 쪽이었던가.
너는 앉아있었고 내가 먼저 일어나 나왔던가
그때 우리가 마신 건 커피였나 아니면 쓴 소주였나.
그 모든걸 재구성 할 수 있다면 이별은 그토록 초라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사랑은 이미 오래 전에 소멸됐을지도 모른다. 결국 살아남아 노래가 되는 건 이별을 주고받던
그 순간의 소음과 풍경, 서툴렀던 몇 마디 대사들이다.
갓 이별한 사람보다 더 쓸쓸한 이는 오래 지난 이별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다.
어쩌면 인생은 지겹도록 계속되는 이별의 반추.
못다한 원망과 자조. 사과와 당부. 눈물과 늦은 고백들로 가득 찬 가사들은 통증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소리를 닮은 나지막한 읊조림은 깊숙이 접어두었던 상처들을 다시 끄집어내게 만든다.
그렇게나 아픈 노래들이다.
- 방송작가 김종선
솔로앨범으로 돌아온 보드카레인의 주윤하
어느 추운 날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바람, 어느 따스한 날 머리카락을 기분 좋게 흩날려 주는 산들바람.
주윤하의 음악은 마치 우리 기억 속에 불었던 그 어떤 바람들을, 자연스럽게 꺼내어 다시 맞게 해 주는 듯 하다.
각각의 트랙이 다채로운 감성들을 다양한 장르로 펼치고 있지만, 전체를 포근하게 끌어 안은 깊은 사운드와 신선한 편곡, 편안한 보컬 덕분에 산만하거나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10년을 하루 같이 부단히 노력해오며 한 밴드를 이끌어온 뮤지션으로서의 내공이 느껴지는 주윤하의 진면목이다.
로파이로 대변되는 투박하고 개성 있는 화법들이 인디신 내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을 주목한다면, 주윤하의 음악은 인디신에서는 이단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심하게 짜여진 사운드의 볼륨감과 적재적소에서 장인적인 연주로 완성된 정서적 깊이는, 인디인가 아닌가 라는 목적 없는 저울질을 일찍이 벗어나, 대중 음악이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가있는 느낌이다.
더욱이 작사, 작곡, 연주는 물론 프로듀싱 전반을 스스로 꾸려낸 점은 뮤지션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의지에 동참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준 각 분야의 장인들, 정원영, 손성제, 아스트로 비츠, 이상순, 토마스쿡, 조재범 등의 협연은 독립 제작 음반 시장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윤하의 쓸쓸하고, 가슴 아프고, 그래서 포근한 것이 그리워 지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
설레이고, 청량한, 금방이라도 하늘에 떠오를 것만 같은, 산들 바람을 기꺼이 즐겁게 맞아 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