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는 멤버들이 갓 스무살을 넘긴 철모르던 시절인 1993년, 자신들의 데뷔 앨범 '파블로 허니'(Pablo Honey)에서 '기타는 아무나 칠 수 있어. 머리가 자라면 나는 짐모리슨이 될 거야.'(Anyone can play guitar. Grow my hair I am Jim Morrison)라고 노래했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음악을 하는 뮤지션(또는 뮤지션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디사이저는 아무나 칠 수 있어. 고개만 까딱거리면 나는 팻 샵 보이즈가 될 거야"
2인조 하이브리드 일렉트로닉 밴드 뉴튼(Newton)은 미스터펑키, 도그테이블 등의 밴드 기타리스트로 출발해 지난해 '나가수'에 YB와 함께 공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일렉트로닉 팀 RRM(Risque Rhythm Machine)의 프로듀서 펑키짱(aka. Flash FInger)과 커먼그라운드, 페퍼톤스, 델리스파이스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재인(Jane)으로 구성됐다. 밴드 출신의 두 사람이 모여 완성한 프로젝트 밴드 뉴튼의 첫 앨범 '디스커버리'(Discovery)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튼 처럼 일렉트로닉 음악을 우연히 '발견'한 기타리스트들의 키치적 감성과 도발적인 자기 고백이 담겼다.
재인의 펑키한 기타연주와 펑키짱의 발랄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시작하는 첫 곡 '애플'(Apple)은 곡 제목처럼 상큼하고 발랄한 신스팝을 들려준다. 사랑에 빠진 여성을 달콤한 향기가 나는 빨간 사과로 비유한 가사는 시각과 청각 미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특히 이 노래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리얼 악기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팀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두 번째 곡 '라디오스타'(Radio Star)는 시부야 케이 스타일의 곡으로 감성적이고 세련된 신디사이저 연주가 녹아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 노래다.
뉴튼 음악의 전체적인 정서는 소위 잉여세대의 문화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네온사인처럼 가볍게 점멸하는 음악스타일과 장난스럽게만 들리는 언어유희들은 '가벼움' 그 자체다. 하지만 잉여문화가 그렇듯 단순히 가벼움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고집스러움이 존재한다. '애플'의 가사 중 '사과맛이 나는 사탕을 갖고 사과라고 우기지 마'라는 가사나 '난 그냥 라디오스타가 되고 싶을 뿐이야'(I Just Wanna Be Radio Star) 라는 메시지는 잉여문화의 정서가 철저하게 '나 자신' 혹은 '나 자신의 행복' 이라는 가치 기준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거창한 주의(-ism)이나 이상에 대한 지향, 사회적 성취에 대한 강요, 절박한 동기 부여 없이도 삶은 충분히 행복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시선은 뉴튼 음악의 핵심이다. 이들의 노래에 유난히 맛, 냄새 같은 감각적인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펑키짱, 재인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감성이 철저하게 잉여적, 키치적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그들의 음악을 대중적이지 못한 것으로 치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이 세상이 1%의 성공한 엘리트들과 99%의 나머지들로 이뤄져 있다면 결국 99%는 결국 이 같은 감성적 베이스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99%가 굳이 1%의 룰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