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범설명 :
쇼크록의 대명사 마릴린 맨슨 Marilyn Manson 이 돌아왔다! 3년만의 신작 Born Villain!
댄서블한 고딕펑크 트랙 첫 싱글 No Reflection 수록.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You're So Vain 영화 배우 조니뎁 Johnny Depp 참여!
밴드 초기 사운드로의 회귀,
"이번 앨범은 우리 작품 중 최고다!" - 트위기(Twiggy)
* 앨범해설 :
스스로의 레이블 설립 이후, 더욱 지적이고 농밀해진 저주받은 자들의 제왕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위풍당당한 악당선언 [Born Villain]
90년대는 물론 미국 록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비주얼과 스테이지 매너로 종교계, 그리고 학부모들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안티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은 그야말로 세기말의 어떤 증상에 다름 아니었다. 도가 지나친 나머지 끔찍해 보이는 진한화장, 기괴한 의상과 무대장치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그의 공연은 기독교 단체의 반발로 인해 한국에서도 몇 차례 만류되곤 했다. 뭐 사실 마릴린 맨슨의 쇼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교육, 종교, 그리고 지 자체에서 반발하고 나서곤 했다. 그리고 그나마 진행됐던 내한공연마저도 노래를 부르던 도중 음향이 먹통이 되면서 엔딩 멘트나 앵콜도 없이 갑자기 끝나버렸는데, 이는 마릴린 맨슨이 음향 기기들에다가 샴페인을 뿌려댔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수많은 사건사고를 거듭해온, 이 바닥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아티스트였다.
전설의 섹스심볼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그리고 광신도들을 거느리면서 심지어는 포크앨범 같은 것도 발매하기도 했던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Charles Manson)의 합성어를 자신의 새로운 이름이자 밴드이름을 채택한 오하이오 캔튼 출신의 소년 브라이언 휴즈 워너(Brian Hugh Warner)는 일반적인 사회의 양식, 그리고 종교에 정면으로 반하는 가사를 인더스트리얼 비트, 그리고 헤비한 기타 사운드와 이종교배 시켜내면서 충격을 줬다. 1994년 [Portrait of an American Family]로 데뷔한 이래 여전히 컬트적인 지지를 유지해가고 있는 그는 기괴한 가사와 외형을 차치하더라도 사운드 면에서의 혁신을 통해 주목 받았다. 주로 미국 사회와 종교적 문제들을 가사에 다뤄왔지만 특유의 독특한 사운드 메이킹, 그리고 시원시원한 곡 구성으로 인해 가사의 메시지와는 상관없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꽤나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형성해내곤 했다.
카톨릭 신자이자 베트남 참전 용사인 세일즈맨 아버지, 그리고 미국 성공회 교회 신자이자 간호사였던 어머니 사이에 성장한 브라이언 휴즈 워너(=마릴린 맨슨)는 부모님에 의해 카톨릭 사립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종교적 억압을 견뎌내지 못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약과 담배에 손대면서 결국 퇴학처분을 받는다. 아무튼 이 당시의 생활은 그로 하여금 반 그리스도적인 가사를 작성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변태적인 성인물을 과시하던 친척, 옷을 벗는 게임에 흥미를 느끼는 이웃, 베트남전 비밀부대에서 무고한 일반인들을 살해한 부친, 그리고 지하실에 비정상적인 자위 기구들을 보관하고 있던 할아버지 등에게서 받은 형이상학적인 경험들은 결국 그를 고립시켰고, 바로 이런 현실 도피차원에서의 록음악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만의 어둠은 점차 구체화되어간다.
저널리스트, 혹은 작가를 목표로 하면서 단편소설, 그리고 시를 써나갔다. 플로리다로 이주한 후에는 레코드 숍에서 일하면서 집필을 이어가고, 결국 [25th Parallel]이라는 잡지의 편집장 자리를 획득한다. 1990년 무렵 2년제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문학을 전공했고 대학 당시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굴절된 병적인 세계관을 서서히 재연해내기 시작한다.
이후 꽤나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온 키보디스트 마돈나 웨인 게이시(Madonna Wayne Gacy), 98년도에 존 5(John 5)로 바뀌기 이전까지 기타리스트였던 데이지 버코비츠(Daisy Berkowitz) 등과 함께 마릴린 맨슨 앤 더 스푸키 키즈(Marilyn Manson & The Spooky Kids)를 결성하고, 후에 이는 '마릴린 맨슨'으로 축약된다. 레코딩 중 몇차례 멤버가 바뀌었는데, 작년에 탈퇴했던 드러머 진저 피쉬(Ginger Fish), 그리고 이후 마릴린 맨슨의 곡작업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했던 베이시스트 트위기 라미레즈(Twiggy Ramirez)가 가입하면서 첫 앨범의 레코딩이 시작된다. 마릴린 맨슨이 잡지사에서 일할 때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던 나인 인치 네일즈(Nine Inch Nails)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오우너로 있는 레이블 나씽(Nothing)의 첫 아티스트로 계약하면서 데뷔작을 공개하고, 이후 파란만장한 역사가 펼쳐진다.
결성 당초부터 계산된 연출과 강렬한 세계관을 어필하면서 주목 받았고 이후 몇몇 라이브 트랙들과 함께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Rock'N'Roll Nigger], 그리고 맨슨이 직접 출연했던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Lost Highway)]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Screamin' Jay Hawkins)의 [I Put a Spell on You]가 수록된 비정규작 [Smells Like Children]이 백 3십만장이나 팔리면서 본격적인 흥행몰이를 해나간다. 그간 억눌려왔던 분노들은 이런 방식으로 분출됐으며, 그것이 결국 그에게 돈과 명예를 안겨준 셈이었다. 이런 앨범이 백만장 이상 팔린다는 사실은 확실히 미국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같은 것이었다.
96년 말, 두번째 정규앨범 [Antichrist Superstar]에서 어떤 작가적 완성미가 구축된다. 빌보드차트 첫 등장 3위라는 진기록을 세우면서 백 9십만장을 판매했고, 당시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록씬의 카리스마적 존재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7개월 동안 레코딩된 본 작은 가장 격렬하고 본능적인 메탈앨범으로써 여전히 회자되어지고 있다. 특히 앨범의 타이틀곡, 그리고 [Beautiful People]은 어떤 시대의 앤썸처럼 각인됐다.
하지만 이 무렵부터 트렌트 레즈너와의 관계가 악화된다. 앨범 제작을 기피하고 약물 과잉복용으로 입원하는 등 방탕한 인생을 살면서 그간 프로듀스 해왔던 트렌트 레즈너가 손을 땠고, 이후 더스트 브라더스(Dust Brothers)가 기용됐지만 이 역시 중단되면서 결국 마이클 바인혼(Michael Beinhorn)과의 작업을 통해 [Mechanical Animals]가 완료된다. 그리고 앨범은 전미 1위로 데뷔하게 된다. 이전보다 음악적 격렬함은 줄었지만 빈틈없는 리듬과 멜로디라인으로 구성된 착실한 고딕-뉴웨이브-글램-하드록 앨범이 완성되면서 높은 판매고가 이어졌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상반된 요소들을 포함하고있는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는 마치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지기 스타더스트'처럼 보였고, 실제로 맨슨은 데이빗 보위를 특별한 존재라며 찬양하곤 했다. 물론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 삽입된 [Rock is Dead]의 인기 또한 앨범의 성공에 기여했다.
하지만 99년 무렵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인 두 학생이 마릴린 맨슨에 심취했다는 보도가 나돌았고, 언제나 그렇듯 그가 희생양이 되면서 불가피하게 투어를 중단하고 당분간 침묵을 이어간다. 이후 이 사건을 다룬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에서 마릴린 맨슨의 인터뷰 장면이 삽입됐는데, 그의 답변은 비교적 명쾌한 구석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뭔가 쉽게 비난할 거리를 찾으며, 자신을 비난했을 때 그 문제가 단순해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인터뷰 말미에 마이클 무어가 총기난사를 주도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냐 물었을 때 답했던 대목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해줄 얘기는 없다. 다만 그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싶을 뿐. 아무도 그렇게 못해주지 않았는가."
총 70분, 4부 구성의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했던 [Holy Wood]에서 자신이 기획해온 초기 3부작을 마감한다. 전작보다는 좀 더 격렬해진 앨범에서 [Fight Song]과 [Disposable Teens]가 히트했다. [Disposable Teens]의 가사에는 '나는 진짜 신을 미워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지. 하지만 사람들이 믿는 신은 정말 싫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확실히 단순한 의도로 기독교나 카톨릭을 비판하지는 않는 듯 싶었다. 본 작 이후 오랫동안 맨슨의 오른팔이었던 트위기가 탈퇴하고, 후임으로 KMFDM의 팀 스콜드(Tim Skold)를 맞이한다.
2003년도에는 1930년대 독일의 데카당스 양식에서 영향을 얻었다는 [The Golden Age of Grotesque]를 발표했다. 이는 2002년 가을에 열린 맨슨의 첫 수채화 개인전과 같은 제목이었다. 나치, 그리고 미키 마우스의 의상으로 악취미스러운 장난기와 함께 스윙, 빅밴드의 댄스 비트 등을 도입해내면서 다채로운 사운드로 물들여냈다.
2004년 무렵 존 5가 탈퇴하고 2007년에 [Eat Me Drink Me]를 공개했다. 때문에 팀 스쿨드가 기타로 포지션을 바꾸고 사운드면에서도 초기 그의 작업과 확실히 달라진 구성을 띄고 있었다.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의 [Personal Jesus]를 커버곡으로 채택한 데에서도 대충 감지할 수 있었지만 세상에 대한 분노는 곧 자신의 분노로 전이된다. 결국 이후에는 맨슨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트위기가 7년 만에 다시 팀에 돌아오면서 2009년 작 [The High End of Low]를 발표한다.
어두운 사생활 이외에도 몇몇 여배우들과의 염문이 있었고, 결국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디타 본 티즈(Dita Von Teese)와 결혼하지만 이혼한다. 이들의 결혼식 당시 주례는 무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Alejandro Jodorowsky) 감독이 봐줬다고 한다. 커피의 경우 원두커피 캔 안에 낙태된 태아가 버려진 것을 본 이래 마실 수 없게 됐다고 하며, 그의 형이 폐암으로 사망한 이후부터 금연 중이라고 한다. 그의 굴곡있는 삶에 관심이 있다면 자서전 [The Long Hard Road Out of Hell]을 참고하실 것.
[Born Villain]
병적이고 흉폭한 마릴린 맨슨의 엽기적 세계관은 여전히 지속된다. 이미 발매 이전부터 술렁거렸던 8번째 정규작 [Born Villain]은 여러모로 화제가 될만한 작품이었다. 이전 작에 이어 여전히 트위기와의 작업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인터스콥(Interscope)을 떠나 최초로 자신의 독립 레이블 헬 etc(Hell, etc)에서 발매한 앨범이기도 했다. 지난 앨범 발표 직후에 가진 투어 중 길 위에서 곡 작업이 시작됐다고 하며, 처음에는 주로 데이빗 보위의 걸작 [Aladdin Sane] 같은 곡들을 썼다고 한다.
세익스피어(Shakespeare)의 희곡 [맥베스]와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의 유명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 두 사람을 존경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이 두 작품이 자신에게 의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에 본 작에서 다루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의하면 본 작은 오히려 데뷔작의 사운드에 가까울 것이라 언급했으며, 실제로 첫 앨범을 작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한다. 기존 자신이 해왔던 것, 그리고 자신이 하던 것을 하지 않으려 했다는 본 작에 그는 '수어사이드 데쓰 메탈'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가사의 경우 이전보다는 더욱 로맨틱해졌다고 밝혔다. 트위기의 경우 자신들이 작업했던 것 중 최고라며 운을 띄웠다. 때문에 초기작들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운드를 원했던 팬들이라면 반드시 체크를 요하는 작품이었다. 참고로 오랫동안 함께해온 드러머 진저 피쉬는 본 앨범 작업 이전에 탈퇴한다.
앨범에 앞서 공개된 6분 30초짜리 앨범의 티져 단편영상이 충격을 줬다. 우리에겐 트랜스포머(Transformer) 시리즈의 주연배우로 알려진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에 의해 감독된 이 영상은 잔혹하고 엽기적인, 오직 맨슨만이 가능한 비정상적 세계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홀리 마운틴(The Holy Mountain), 그리고 루이스 부뉴엘(Louis Bunuel)의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와 같은 초현실적 작품들의 이미지에서 일부를 차용했는데-특히 눈알을 빼는 장면 같은 것-, 비위가 약하다면 가급적 보지 않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참고로 샤이아 라보프의 경우, 케이지(Cage)의 [I Never Knew You]라던가 이미 키드 쿠디(Kid Cudi)의 [Marijuana]와 같은 곡의 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었고, 그가 연출한 비디오를 본 마릴린 맨슨이 결국 감독으로 기용하면서 이 낯선 영상이 완성됐다. 참고로 비디오에는 앨범의 수록곡 [Overneath the Path of Misery]가 전반적으로 흘러간다. 긴장감으로 가득한 하이햇 카운트, 그리고 이어지는 스네어 톤은 확실히 초기 그의 사운드에 닿아 있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신작의 첫 싱글 [No Reflection]은 올해 3월 7일 첫 공개됐다. 들으면서 뛰기 좋은 댄서블한 템포에 고딕 펑크 풍의 어두운 멜로디가 공존하는 트랙으로,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최후의 만찬이 펼쳐지는 비디오 또한 여전히 인상적인 잔향을 남겼다. 참고로 비디오는 [월드 인베이전(Battle: LA)]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The Texas Chainsaw Massacre)]의 촬영감독 루카스 에틀린(Lukas Ettlin)의 연출로 완성됐다. 뱀파이어에 관한 내용을 담고있는 가사의 곡은, 최근 그가 언급했던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바우하우스(Bauhaus) 등의 고딕 풍 밴드들의 영향이 확실히 두드러지는 트랙이었다. 싱글은 평단에서도 다수의 호응을 얻어냈고 팬들 또한 앨범 전체를 기대케끔 만들었다.
점차 상승곡선을 그려가면서 듣는 이를 조여오는 [Hey, Cruel World]로 앨범이 시작된다. 음침한 리듬을 바탕으로 침묵과 혼돈을 오가면서 거친 숨을 내쉬는 [Pistol Whipped],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맨슨표 하드록 넘버 [Slo-Mo-Tion], 그리고 돋보이는 베이스 라인과 절규를 담은 뉴웨이브 트랙 [The Gardner]가 이어진다. 이전곡과 거의 비슷한 BPM, 그리고 역시 베이스가 중심이 되어 전개되는 트랙 [The Flowers of Evil]에는 일전에 언급했던 보들레르의 시집 제목을 고스란히 가지고 오기도 했다.
느리고 낮게 침잠해 들어가는 서정적인 트랙 [Children of Cain], 강렬한 퍼즈 톤의 기타가 곡에 무게를 더하는 [Disengaged], 마치 데프톤즈(Deftones)의 곡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탈진한 하드록 넘버 [Lay Down Your Goddamn Arms] 등의 곡에서 그는 파편을 토해내는 목소리로 압도적인 멜로디들을 흥얼거린다. 곡 막바지에 뇌신경을 자극하는 기타 톤이 인상적인 초기의 질주감이 돋보이는 [Murderers Are Getting Prettier Every Day], 어쿠스틱 기타에 전자비트를 쓴, 90년대 디페시 모드의 영향이 확실히 감지되는 타이틀 곡 [Born Villain], 그리고 앨범에서 거의 유일하게 마이너 키가 아닌 장조가 삽입된 신비로운 발라드 [Breaking the Same Old Ground] 등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트랙들이 흥미로운 편이다.
앨범 막바지에 일종의 보너스 트랙처럼 수록된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72년도 히트곡 [You're So Vain]의 커버버전 또한 마찬가지로 흥미롭다. 일단은 무려 헐리우드 배우 조니 뎁(Johnny Depp)이 기타와 드럼으로 참가하고 있는 곡인데, 그는 이미 오아시스(Oasis)의 앨범과 프로젝트 밴드 P 등에서 활약했던 바 있었다. MTV.com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조니 뎁과 맨슨은 조니 뎁이 출연했던 드라마 [21 Jump Street]의 촬영당시 19세였던 맨슨이 엑스트라로 출연하면서 알게 됐다는데, 조니 뎁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에서 월리 웡카로 출연했을 무렵 맨슨의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움직임을 연기에 차용했다고도 밝혔다. 조니 뎁이 출연했던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를 다룬 영화 [프롬 헬(From Hell)]에서도 마릴린 맨슨의 [The Nobodies]를 들을 수 있었다. 원곡의 자취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본 커버곡은 뮤직비디오 또한 제작될 예정이고 이는 마치 거울을 마주보듯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영상을 담을 것이라 한다. 최근 조니 뎁은 4월 11일 열린 미국 하드록/헤비메탈 시상식인 리볼버 골든 갓즈 어워즈에서 마릴린 맨슨과 무대 위에 올라 [Sweet Dreams]와 [Beautiful People]의 기타를 연주했다.
큰 출력의 볼륨, 그리고 기괴한 긴장감은 여전하다. 앨범의 몇몇 톤은 일전에도 언급했듯 밴드 초기 작들의 방식을 고수했지만, 옛날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아무튼 중량감 있는 훌륭한 퀄리티의 록 앨범을 다시금 완수시켜냈다. 다행히도 마릴린 맨슨은 여전히 들을만한 곡들을 써내려 갔으며, 점차 단순한 자기만족을 넘어선 냉정하고 객관된 형태의 레코드를 만들어 나갔다.
종교적 색깔은 억제된 듯 하지만 보들레르의 시처럼 퇴폐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었다. 어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그 어둠을 응시하면서 아예 흡수/장악해나갔고, 본 작은 어둠과 악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의 또 다른 증거물처럼 작용해내고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 또한 한번쯤은 무의식 중 직면하게 될 어둠이다.
스스로가 악한으로 태어났다 주장하는 마릴린 맨슨의 본 작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괴물이 된 자신에 대한 또 하나의 성찰이었다. 그리고 이 '악'은 일종의 필요악으로써 현재 다양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반면교사적 존재로 세상에 전이되어갔다. '악'은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악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보는 기회를 본 작이 은연중에 제공하고 있었다. 위험한, 그리고 여전히 불길한 파멸의 유희가 계속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