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오려나, 두 손 모아 기다리던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섰다. 완연한 봄은 참 짧다. 이번 봄비가 그치면 좀 따뜻하려나, 이번 꽃샘추위가 지나면 좀 포근하려나, 기다리다 보면 야속하게도 금세 뜨거워지더라. 이렇게 반짝 다가왔다 소리 없이 흩어지더라도 사람들은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반긴다.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홀로 서있기엔 너무도 헛헛한 연두 빛 봄이다. 진하게 초록 물이 들기 전, 이 짧지만 여운 긴 봄날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이들이 슬며시 안아보았다. 유난히 긴 속눈썹 끔뻑이며 바지런히 세상을 눈에 담는다. 무심코 흘려버릴 수 있는 사소한 흔적도 이들에겐 추억이고 음악이었다. 그와 그녀의 아른거리는 첫 만남. 사랑한단 말이 없어도, 곁에 있기만 해도 심장이 뛰던 그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네게 똑같은 사람이 아닌, 익숙한 사람이 되길 바랐지만 그러지 못한 아쉬움에 만든 곡, ‘익숙한 너에게.’ 그리고 이별 뒤 힘들어 하는 나 자신에게 또는 그 상대방에게 이제는 기분 좋게 안녕이라 말해보는 곡, ‘그렇게 그렇게.’ 이 곡은 어쿠스틱 발라드 위주의 속눈썹 음악에 좀 더 발랄하고 봄 향기 나는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곡이다. 연인이랑 이별한 뒤 이따금씩 연락이 올 때가 있다. 지워진 익숙한 번호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그 순간.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참 많다.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지금의 나를 말하고 싶다. 드러내고 싶다. 이 애매모호하면서도 하루 종일 날 뒤흔드는 그 사람의 메시지에 얽힌 기억을 이야기 해 보았다. ‘되물어보다’이다.
어설프지만 최고로 진중하게 사랑을 시작했고, 이게 사랑인지 뭔지, 아직 사랑이라 말하기엔 너무도 조심스러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런 찰나의 감흥들. 그 찰나가 영원으로 이어질 것만 같던 순간들. 지금의 순간과 마음이 변치 않길 욕심도 내어보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덜컥 찾아온 이별. 그 갑작스럽고 황당한, 아픈 순간에 끌려가다 어느새 이겨내고, 무뎌지고, 이따금씩 떠올려도 본다. 더 이상 슬프지 않고 기분 좋게 안녕이라 말해보는 속눈썹의 사랑이야기. 그 누구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노래다. 아린 봄이었지만, 지난 기억 속의 포근함을 잊지 못한다. 그렇기에 또 다시 찾아 올 그 날을 기다리고 반길 준비를 한다. 보다 더 따스하고 단단해진 봄을 닮은 속눈썹 1집. 이제, 그들의 멜랑콜리, 간질간질한 감성을 바짝 다가가 들여다보자. 완연한 봄이다. .... ....
우리 서로 스무 살 적에, 다시금 생각 나곤 했던, 삼청동 예쁜 그 골목 어느 한 구석에 있는 우리 추억들 처음 봤을 때처럼 그렇게, 신경 안 쓸 때처럼 그렇게 이별이란 너랑 나랑 몰랐던 것처럼 다 거짓말처럼 너와 다른 곳을 보며 걷던 한 걸음 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한 아름 이제 너와의 모든 것들 안녕, 내 기억도 안녕 그렇게 그렇게.
곁에 있기만 해도, 사랑할 수 있었던 너의 향기, 따뜻한 미소. 아른거리는 첫 만남 사랑한단 말 없이, 심장이 뛰곤 했던 우리의 추억, 둘만의 거리. 참 좋았었던 날들. 너에게 익숙한 사람이 되어 늘 같은 곳만 바라봤음 했는데, 나는 네게 똑같은 사람이 되어 늘 같은 이유로 싸우기만 하는지. 하지만 너에게 익숙하던 향기로 남아 있고 싶어. 아주 많은 날이 지나도 날 생각했으면, 날 느껴줬으면. 또 나에게 장난스런 미소로 다시 웃어줘. 그 미소로, 늘 익숙하던 너에게.
오후 한시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맛처럼 달콤하고도 쓴 하루를 함께하던 봄비 같은 사랑이 그치고. 새벽 네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외로이 우는 닭처럼 내 방속 가득이 울리는 문자 메세지. 잘 지내고 있냐는 너의 메세지 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은 건 뚜- 지워진 익숙한 번호 힘들진 않았는지, 외롭진 않았는지, 솔직하게 말하면 날 잊지 못 햇는지. 쓸쓸한 마음에 외로움이 다가온 건 아닌지, 혹시, 술해 취해 기억도 못 하는건 아닌지 외로움에 이렇게도 작아지는 너였는지, 아니면 내가 혹시 혼자 너무 크게 생각한 건지, 이렇게 작은 움직임도 여전히 크게만 느껴지는 나-인데.
어느 시월 선선한 바람을 너에게, 남몰래, 불어주고 싶던 날, 아무도 모르게 너만 알 수 있도록, 어느 고요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언젠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너를, 그리고 상상해, 내 옆에 있는 너를 보며. 나에게 넌, 조금씩 더, 다가와 나에게 넌, 바람처럼 사근사근 포근하게 안고 싶어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