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형 두 번째 EP 앨범 [Solo] 발매
*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돋보이는 김완형의 두 번째 EP 발매
*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앨범 제작 전 과정을 스스로 진행한 앨범
* 인디 씬의 슈퍼스타, ‘10cm’의 권정열, ‘가을방학’의 계피 참여
* 60년대 Old Pop과 90년대 가요 감성을 동시에 들려주는 노래들
* 스페인어로 ‘외로운’이라는 뜻을 가진 ‘Solo’, 이 한마디로 대변되는 앨범
홍대의 인디 뮤지션이라는 것이 어느덧 무슨 여름철 선글라스처럼 장식문구가 된 2012년 여름, 인디뮤지션이라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그 정의를 알려주는 앨범이 나왔다. 2010년 첫 데뷔 앨범을 발표한 김완형은 앨범만 내면 세상이 다 알아줄 것 같았던 자신의 기분과는 달리 초도 물량의 1/3도 팔지 못하는 비운의 뮤지션으로 남고 말았다. 그는 절치부심, 각고의 노력 끝에 2년 만에 새로운 앨범 [Solo] 들고 돌아왔다.
음악가적 욕심과 함께 ‘금전적인 이유’로 아티스트 스스로 전곡을 녹음, 믹싱, 마스터링까지 직접 직행했다. 전문 엔지니어가 아니어서 조금은 부족하고 아쉬운 사운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완형은 스스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청자에게 무엇보다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하여 감상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첫 번째 앨범에서 드러난 담백한 정서와 문학적 가사가 이번 앨범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 일상의 공기와도 같은 김완형의 음악
김완형의 앨범을 들었을 때 가장 놀라운 점은 밋밋하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냐 할지 모르겠지만, 장을 쑤시는 듯한 탄산기 가득한 가사와 멜로디로 점철된 현재의 음악시장에는 그의 밋밋한 음악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설탕과 고추장으로 버무린 음식이 당장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언제고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계절과 기분, 몸 상태를 가리지 않는 삼삼한 음식이다. 김완형의 음악이 그러하다. 이거 무슨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지만, 그의 음악이야 말로 계절과 기분, 몸 상태를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삼삼한 맛의 음악이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음악이면 여름에만 좋아야지, 겨울이 돼도 여름날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여, 추억과 회한, 애잔함과 따스함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의 음악인 것이다. 밍밍할 수 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물처럼, 느낄 수는 없지만 마시지는 않고서는 머리가 아파오는 공기처럼 그의 음악은 우리의 곁에 존재한다. 특히, 이번 앨범 ‘솔로’ 역시 들어도 들은 것 같지 않으면서도, 듣지 않으면 허전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하루 종일 틀어놓고도 전혀 물리지 않는 음악이다. 온종일을 함께 하고, 온 계절을 함께 할 수 없는 음악. 쉽게 열광하고 쉽게 염증이 나는 음악에 지쳐버렸다면, 김완형의 음악은 비밀스러운 구원의 문이 될 것이다.
* 한 곡 한 곡이 뚜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앨범
1. Bitch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이 노래는 ‘10cm’의 보컬 권정열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디 씬에서는 음악적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는 ‘우주히피’의 한국인도 도움을 주었다. 김완형의 첫 앨범에도 ‘밥은 먹고 다녀야지’라는 노래를 선물했던 권정열. 그는 평소 김완형의 목소리를 인정하여 자신의 곡을 선물하곤 하는데, 이번 노래는 김완형이 직접 곡의 컨셉을 정하고 작곡을 의뢰했다는 후문이다. ‘10cm’의 노래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안아줘요’ 등의 노래가 20대 여성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그런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낯뜨거운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본래 김완형의 음악적 특색을 알고 있는 권정열은 반색했다. 하지만, 결국 여성에게 사랑을 애원하는 남자의 노래, 바로 ‘그런 노래’를 만들어 주었다.
2. Solo
스페인어로 ‘외로운’ 이란 뜻의 형용사인 ‘Solo’. 곡은 남자들은 대개 여자친구의 관심을 ‘구속’이라고 싫어하지만 헤어진 후, 혼자가 되면 사실은 그 ‘관심’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다. 김완형 자신도 ‘몇 년째’ 싱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노래는 모든 솔로가 느낄만한 외로움의 미학이 담겨있다. 일상적인 듯하면서도, 낯선 혼자된 이들만의 정서가 멜로디와 잘 어우러져 있어, 플레이가 멈춘 후에도 계속 김완형의 속삭임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든다.
3. 잊을 수 있을까.
이미 헤어진 걸 알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잊을 수 있을까’ 멜로디가 떠오르는 순간부터 ‘계피’와의 듀엣을 상상하며 곡을 완성했다. 김완형과 평소 각별한 사이인 ‘계피’는 노래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듀엣 제안을 받았고, 곧바로 승낙했다고 한다. 김완형의 앨범은 전곡이 그의 집에서 녹음했기 때문에 많이 열악한 조건이었는데도,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 결과는 직접 앨범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
4. 욕끈이의 매력
‘욕끈이’는 김완형의 밴드 ‘His Comedy’의 드러머 유효근의 별명이다. 김완형과 마찬가지로 유효근도 상당한 기간을 싱글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유효근을 응원하고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노래. 앨범에서 그런 마음이 잘 전달될지는 미지수지만, 공연장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고 하니, 노래들 들어보는 사람들은 김완형의 공연장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5. 꼭!
김완형은 ‘강산에’의 ‘떡 됐슴다’를 듣고 비슷한 주제로 ‘순정 버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만! 횡설수설과 실수를 하고 만다. 이를 만화하고 싶은 남자는 내일이라도 꼭 한 번 다시 만나서 여자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 물론 이 노래는 소심하고 숫기 없는 남자의 독백이다. 제법 재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노래를 김완형 자신은 ‘느끼해서 못 듣겠다’라고 말한다.
* 오래된 신인 김완형의 행보
김완형이 악기와 작곡을 시작한 지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몇 개의 밴드를 말아먹었고, 첫 앨범도 이미 초야에 묻힌 상태이다. 이제야 두 장의 디스코그라피를 갖은 초짜 뮤지션이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음악에 진심을 담길 원하고 있다. 이번 앨범도 어느 정도 그 진심이 전달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김완형은 이 앨범을 스스로 평가하길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아서 사람들이 듣지 않길 원하는 마음까지 들 지경이다.’라고 말하지만, 음악의 본질은 사운드가 아니다. ‘가사’와 ‘멜로디’ 즉, 진심에 있는 것이다. 그가 걸어온 음악의 길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았고, 치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왔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음악인이 되길 기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