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몰래 듣고 싶은 음악이 있었다. 이 음악만큼은 나 혼자 들어야 한다며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음악이 있었다. 한 친구가 내게 와서 말했다. "좋은 노래가 있는데 들어볼래…?"
혼성듀오 '하와이' 와 집시밴드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 의 멤버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이호석의 첫 솔로앨범 [남몰래 듣기].
앨범 제목이 '남몰래 듣기'?
방에 누워 홀로 조용히 적적함을 달래주며 감상해야 할 것 같은 타이틀,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신나는 곡들이 가득이다. 곡들을 하나하나 듣고 있으면 당장에라도 방문을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반어법을 쓴 것일까? 혼자만 듣지 말고 다 같이 들으라고 어필하고 싶었던 것일까? 가만히 앨범을 들어보니 신나는 곡들 속에 담겨진 음흉한 가사들이 눈에 띈다. 창문 너머 옆집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이야기들, 좋은 이야기건 나쁜 이야기건 나만 알고 싶었던 일들이 앨범에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남몰래 듣기'인 것이다.
이아립과의 듀오 '하와이'에서 발표했던 곡 '저 남자가 내꺼였으면' 에서도 그랬다. 밝다. 상큼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머리카락 끝이 찌릿찌릿하다. 그래, 곡을 들으며 품었던 미소는 마냥 즐거움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의 첫 솔로 앨범에도 바로 그런 아슬아슬한 매력이 있다.
그저 감미로운 포크 음악이 아니다?
기타로 작곡되고 기타를 중심으로 연주되었지만 사운드는 그저 포크 같지는 않다.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되었다고 해서 '포크'라는 장르로 쉽게 분류되는 게 아쉽긴 하지만 굳이 장르를 말하자면 포크에 기반을 둔 컨템포러리 음악이라 말하는 게 좋겠다.
심심해, 궁금해, 쓸쓸해 같은 가벼운 기타 연주 음악 '해' 시리즈. 그녀의 숨겨둔 플레이리스트 '그녀는 재생 중', 지친 하루 나를 위로하기 '수고하셨습니다', 비트가 강하게 표현된 그루브 송 '뜨거운 노래', 마치 빌리 엘리엇의 삼바 버전을 듣는 듯한 '시골길 쌈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찾고 있니', 내가 그랬거나 혹은 누구에게 한번 즘은 당했던 일 '내일 아침 헤어지자 해야겠다', 몸은 여기에 마음은 저 멀리 어딘가에 '꿈꾸는 사람들', 가을방학의 계피와 함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봐봐'.
이호석만의 예민하고 섬세한 시각이 만들어내는 남몰래 나만의 것으로 하고 싶은 11곡의 노래들... 하지만 음악을 듣고 나면 누군가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고 싶을 지도 모른다. "너 그 노래 들어봤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