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조씨 [두 파산]
즐겁다. 살아있는 말들이 음악이라는 옷을 입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부럽다. 살아 움직이는 말들을 체포해 이렇게 오선지 속에 가둘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
백수와 조씨의 두 번째 앨범. 축하와 성원과 추천과 기대와 질투를 한꺼번에 보낸다.
-정철(카피라이터/나는 개새끼입니다,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 등 저자)
후크 송에 실린 각양각색의 사랑노래들. 얄미운 로맨티스트 백수와 조씨의 거부할 수 없는 프로포즈 ‘두 파산’ -송용창(재즈 뮤지션, 2012년 ‘항해’발매)
[백수와 조씨]
2010년, 국문과 동기 강백수 (기타, 보컬)와 조씨 (하모니카, 퍼커션)이 만나 결성하였다.
홍대 씬과 거리공연을 주 무대로 활동하다가 2011년 여름, EP앨범 [난 슬플 땐 기타를 쳐, 음악과 당신만이 날 위로할 수 있거든]을 발매하였으며, 2012년 3월, 싱글앨범 [CKP]를 발매하였다.
[두 번째 EP앨범, ‘두 파산’]
전곡의 작사와 한 곡(나는 리얼러브를 꿈꾼다)을 제외한 전곡의 작곡을 맡은 강백수는 한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에는 젊은 날을, 늙어서도 그 나날들을 기록하고 싶다. 나와 함께 성장하고 늙어가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두 파산은 2012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십 대 중, 후반의 기록이다. 우리네 이십 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바로 사랑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며, 이십 대가 무르익는 순간은 바로 그 사랑과 미래의 파산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백수와 조씨의 [두 파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앨범이다.
전작 [난 슬플 땐 기타를 쳐… 음악과 당신만이 날 위로할 수 있거든]에 비해 매끈해진 사운드와 무게를 더한 메시지를 가지게 된 본 작. 앨범 커버의 컨셉트가 만화책에서 시집으로(문학과 지성사와의 협의를 통하여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고유 디자인을 차용하였다.) 이행하였다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일 것이다.
힘차게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남루하지만 패기 넘치는 행진곡 ‘페스티벌’, 이미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어 그들에게 ‘최초의 언더웨어 협찬 인디밴드’라는 영예를 안겨준 ‘CKP’, 크고 작은 공연에서 이미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으며 정통 R&B 넘버로서 본작의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벽’, 단편영화 ‘죽은 사람과 통화하는 애플리케이션’(강백수의 동명의 시가 모티프가 되었다.)의 사운드트랙으로 창작된 서정적인 발라드 ‘보고싶었어’, 동료 밴드 미쓰매치의 오강일과 함께 만들어 부른 파격적 유로 댄스 넘버 ‘나는 리얼러브를 꿈꾼다.’, 현실적인 가사에 어우러진 하모니카 플레이가 보여주는 폭발적인 서정성이 인상적인 ‘감자탕’ 등 여섯 곡의 넘버가 간결하지만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백수와 조씨를 관통하는 목소리는 돌려 말할 줄 모르는 잔뜩 취한 젊은 사내의 그것이다. 거지 같은 현실과 떠나간 사랑을 때로는 낄낄대며, 때로는 꺼이꺼이 울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삼십 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청춘의 기록. 듣고자 하는 이가 할 일은 단지 마음을 여는 것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