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게조차 꽤나 낯선 조합이었던 두 사람의 첫 앨범인 [취미입니다]가 나온 지 1년 반 만에 ‘집나온 거위’의 두 번째 앨범이 나왔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낯선 조합이 아니고 이제나 저제나 앨범이 나올까 기다리던 팀이자, 취미로 그치지 않고 집 밖으로 한 걸음 더 나와 준 고마운 거위들이다.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여 녹음을 하고 작사 작곡을 따로 했던 1집과는 달리, 조금은 더 윤택한 환경(최소한 마이크 사용)에서 주로 공동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곡으로 이루어진 2집은 총 열 한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위들은 예나 지금이나 거창한 것을 노래하지 않는다. 청춘이나 우리세대에 대해 떠드는 대신 너와 나를 노래하고 우리들의 세계만을 은유한다. 오글거리고 낯간지러운 것을 싫어하는 두 사람의 성격은 노래에 그대로 스며들어있다. 웃기려 해도 자꾸 우울해지는 남자와 슬플라치면 되려 밝아지는 여자의 캐릭터는 누가 곡을 만들었는지 굳이 확인 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곡인 ‘친구니까’는 1집의 ‘마음병동’을 떠올리게 하며 거위가 돌아왔음을 알린다.
노래는 물 흐르듯 다음 곡들로 흘러간다. 내쫓지 않으니 난방비 걱정 말고 내 마음으로 들어오라거나(1000/30), 생선 구우면 나는 머리꼬리 먹을 테니 그대는 몸통을 드시라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눈물 흘리는 여보를 위로하는(여보 이제) 노래는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표정을 한 슬픔 가득한 집시를 연상시켜 입 밖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한다. 앨범 안에는 찌질한 집시 뿐 아니라, 반 지하 단칸방에서 그곳이 하와이인양 우쿨렐레를 튕기는 베짱이 남녀도, 시집갈 거라며 씨알도 안 먹힐 엄포를 놓는 남자도, 훌륭한 주민이 되기 위해 노래를 멈추는 교양 있는 여자도 있다. 거위들은 그렇게 예전보다 현란해진(휘황찬란한 리코더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연주와 자신감 있는 가사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로써 이들은 ‘취미’라는 단어 뒤에 숨긴 쑥스러움과 서툼을 확실히 거둔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집나온 거위’의 2집은 결이 고운 음반이다. 여전히 귀엽고 엉뚱하며 때론 우울하기도 하고 나름 진지하게 악의 없는 선한 ‘결’을 만들고, 조금 더 닮아진 두 사람이 만든 곡들은 한 덩어리 같은 쫀쫀한 구성으로 한 ‘결’을 만들어 낸다.
+ 노래들에 집중하고 중간 중간 웃고 공감하며 30분가량을 기분 좋게 듣고 난 후 정작 되뇌어지는 멜로디와 가사는,
“망해라망해라망해라망해라망해라망해라”
이게 무슨 ‘인지부조화’.
-독립 출판 잡지 INDIVISUAL 편집장, 유소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