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 디지털 악곡 시리즈 02
프로필: 기타 트윈스 (Guitar Twins)
기타 트윈스는 깜악귀(보컬/기타), 이기타(보컬/기타)로 이루어진 팀이다. 결성 연도는 꽤나 오래되었지만 일년에 한두번 정도만 공연하기 때문에 연도는 크게 의미가 없다. 정확하게 말해서 기타 트윈스는 깜악귀나 이기타가 혼자 공연하기 뻘쭘한 나머지 괜히 유닛을 이루어 공연하는 어쿠스틱 듀오라고 하겠다.
깜악귀는 밴드 눈뜨고코베인의 보컬이며 이기타는 장기하, 목말라와 함께 청년실업의 멤버였다. 청년실업은 장기 휴면상태이고 이기타가 현재 직장에 다니며 별다른 소속팀이 없기 때문에, 이기타가 공연하고 싶을 때 깜악귀가 합류해서 스테이지에 오르는 느낌이기도 하다.
공연을 할 때는 깜악귀의 곡과 이기타의 곡이 번갈아 등장하며 그 때마다 보컬도 바뀌는 시스템. 공연 때 레파토리가 되는 곡들은 청년실업 앨범에 실린 이기타의 곡들(포크레인, 냄새나요 등)과 청년실업 싱글에 실린 깜악귀의 ‘너 요즘 왜 그래’를 비롯한 몇몇 솔로 곡들이다. 가끔 신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기타 트윈스는 비정규 간헐 포크 듀오이며 언제 공연할지 스스로도 아무 플랜이 없는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디지털 싱글의 발매는 꽤 특이한 경우다.
두 사람의 말에 의하면 기타 트윈스는 다음의 경우에 활동하게 되는데,
01. 누군가가 하자고 할 때 (잘 없지만)
02. 심심해서 좀이 쑤시고 미치겠을 때
03. 어딘가에 어쿠스틱 팀이 부족한데 그 팀을 찾기 어려울 때
이다.
앨범 소개: [우리 농장 주인은 악마야/주말이 지나갔네]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지만 어처구니 없는 인트로 곡 ‘기타송’은 창조신 ‘기타르(GUITAR)’가 지구와 모든 음계를 창조한 과정을 알려주는 프로그레시브 뮤직 서사 넘버이다. 기타르는 우주에 감도는 고독감을 견디다 못해 모든 존재의 기반이 되는 ‘도레미’와 그 사이 샵(#)음을 창조하였다. 곡의 말미에 등장하는 원주민의 기타 숭배 사운드는 우리가 기타르가 창조한 우주에서 그저 벌거벗은 원시 존재에 불과함을 말해준다.
이후 “밥을 먹고 싶으면 일을 해라 이놈들아!”라는 이기타의 호쾌한 외침으로 시작하는 곡은 ‘우리 농장 주인은 악마야’이다. 본래의 제목은 ‘어느 목화밭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였으나 모 포크송과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급히 변경했다. 이 곡은 깜악귀가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을 겨냥하여 만든 것이라는 루머가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우리 농장 주인은 악마야’와 함께 더블 타이틀 송인 ‘주말이 지나갔네’는 직장인 경력 5년차인 이기타의 애환을 그린 노래다. 주중에 매일 회사 뒤풀이로 술을 마시고 피곤에 쩔은 채 드디어 주말.... 주말에 친구들과 또 술을 마시고 다시 월요일. 이 시지프스적이면서도 뫼비우스의 고리와 같은 반복은 우리 모두의 삶을 의미하고 있지 않은지. “난 오늘도 술 마시다 보니 또 하루 주말이 지나갔네”라는 가사를 마음으로 음미해보자.
‘결혼하지마’는 깜악귀가 이기타의 결혼식에서 축가로 부른 곡이다. 어떻게 보면 친구 결혼식 망치려고 작정하고 만든 노래 같지만 양가 부모와 일가친척들은 의외로 꽤 좋아하는 눈치였다고. 깜악귀가 결혼식 20분 전에 뚝딱 만들었다 하며 나름의 편곡을 덧붙여 본 디지털 음반에 실리게 되었다. 아마 결혼 축가 시장을 공략할 의도가 있었던 모양으로 그 증거로 MR버전도 실려 있다. 청자들이 직접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가로 불러볼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인 것이다. “그녀를 처음 좋아한 건 나였는데 어느새… 결혼하지마!” 용기가 있는 사람은 도전해볼 것.
본 앨범은 2012년 7월 초 오프라인으로 40장 한정 제작되어 판매되었다. 이후의 앨범 제작 계획은 없이 디지털로만 유통된다. 믹스/마스터링은 김형채. 베이스 세션과 원주민 함성으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지정훈이 참여했다. 같은 밴드의 김간지는 ‘우리 농장 주인은 악마야’의 드럼 프로그래밍에 참여했다. 디자인은 붕가붕가 수석 디자이너인 김기조의 작품.
붕가붕가레코드 소장 칼럼리스트 라스트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