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d의 세 번째 앨범, Luxury - 음악이라는 사치
퓨전재즈 밴드 The Bird의 3집 앨범 [Luxury]가 발표되었다. 지난 2010년 2집 [Art Theft]를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국내에서 재즈 밴드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연주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3집 음반의 제목 [Luxury]는 반어적이기 까지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어떤 회의적인 자조도 섞여 있지 않다. 그들은 이야기한다. 생계를 떠난 사치스러운 취미 활동으로서, 그토록 순수하게 지킬 수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근 십 년의 오랜 시간 한 이름의 밴드 아래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었노라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먹고 사는 일과 무관한 세계의 것 아니었느냐 반문한다.
밴드 The Bird의 다섯 멤버는 모두 전문 연주인이다. 리더인 김정렬은 ‘새 바람이 오는 그늘’이라는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프랑스 유학 이후 베이스 연주자로서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기타리스트 김준오와 건반의 김태수 역시 국내 유수 뮤지션들의 공연과 스튜디오 녹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중견 연주자들이다. 이번 음반에서 새롭게 합류한 드럼의 조규원은 예전 The Bird의 팬으로 클럽에서 연주를 관람하던 관객이었다 한다. 그의 곡 ‘Intentional Coincidence’의 제목처럼, 우연이지만 언젠가 만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지점에 있던 멤버이다. 최근 푸른곰팡이의 고찬용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자신의 음악을 함께 연주하면서 극찬을 했던 신진 드러머다. 마지막으로 20대의 젋은 색소폰 연주자 이상하는 2집 활동 시 공석으로 있던 색소폰의 자리를 채우며 생기발랄한 존재감을 더한다. 색소폰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더 버드를 만나 합주를 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이 패기 넘치는 연주자는 The Bird와 합류한 이후 국내 음악계에 존재감 있는 연주 실력을 드러내고 있는 떠오르는 뮤지션이다.
연주자에 의한, 연주자를 위한 밴드인 만큼 앨범 안에는 모든 멤버들의 자작곡이 고르게 담겨 있다. 물론 재즈의 작곡이 그러하고, 밴드의 음악이 그러하듯 모든 곡들은 개인의 재능에서 시작했지만 밴드 전체가 축조한 건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려하고 세련미 넘치는 멜로디를 잘 뽑아내는 김태수는 이번에도 타이틀 격인 ‘Heroin’을 비롯 좀 더 역동적인 구성미가 돋보이는 트랙들로 이번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김준오의 곡 ‘Kennedy Score’는 야구에서 가장 재미난 점수 8:7을 의미하는데, 자신의 장기대로 팽팽하고 다이나믹한 구성으로 긴장감 가득한 흥겨움을 선사한다. 이상하는 The Bird와 함께 하는 바로 이 새로운 순간 ‘New Moment’를 담았다. 자신의 두 아이들을 위한 ‘슈누의 왈츠’를 작곡한 김정렬은 포근한 세계를 그려 보이는 한 편, 마지막 곡 ‘Lui’에서 자신의 아버지, 마음 속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는 선배 조동진, 조동익 그리고 누구나 마음에 담고 있는 ‘그’에 대한 아련함, 그리움, 따뜻함과 같은 고즈넉한 마음을 저음의 베이스 솔로로 연주한다.
음악이 선사하는 사치의 세계는 남과 비교하고 과시하기 위한 허영의 세계가 아니다. 현실과 유용함을 위한 의지가 놓이는 자유로운 공간, 순수하게 향유하기 위한 아름다움의 세계이다.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직업 연주자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만 자비를 들여 전국의 클럽을 돌며 ‘사치스러운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연주인들의 밴드 The Bird의 음악이 이 오랜 시간 타협하지 않고 ‘제멋대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무용의 세계가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여유와 경제력이 가능하게 하는 사치가 아니라 마음 먹기에 달린 이 사치 생활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길 바란다. 그리하여 The Bird의 사치스러운 연주가 오랜 시간 꾸준히 들려지길 바란다.
By 기린그림 신영선 .... ....